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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모르는 선두'아산의 투혼,감독의 눈물...경찰청은 보고 있나

박동혁 아산 무궁화 감독이 부산 아이파크를 상대로 승리한 후 기자회견에서 참아온 사나이 눈물을 쏟았다.

아산은 22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2 29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1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26분 터진 안현범의 결승골에 힘입어 2대1로 역전승했다. 아산은 15승9무5패(승점 54)를 기록, 같은 날 안산과 1대1로 무승부를 거둔 2위 성남(승점 52)과의 승점 차를 2점으로 벌렸다. 존폐 위기에서 이들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2연승을 달리며 선두를 질주했다.

안현범은 결승골 직후 원정 서포터석을 찾아 추석, 큰절 세리머니를 올렸다. 휘슬이 울린 후 언제나처럼 짜릿한 승리의 사진도 찍었다. 이번엔 파이팅 대신 우승을 뜻하는 '1', 검지를 들어올려 리그 우승 결의를 분명히 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것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완 아산 코치는 지난 15일 최근 3경기에서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한 광주FC를 이긴 후 자신의 SNS에 이렇게 썼다. '매경기 중요하지만 유독 특별했던 경기. 어수선한 분위기 속 응집력을 발휘한 덕에 값진 승리를 거두다.' 라커룸에서 선수들이 뜨거운 승리의 환호성을 울리는 사진은 뭉클했다. 경찰청이 의경 폐지 수순에 따라 올해 9월부터 더 이상 아산 무궁화를 비롯한 경찰청체육단 충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상의 해체 결정이 지난 14일 언론(스포츠조선)을 통해 전해진 바로 이튿날, 아산은 이를 악물고, 보란 듯이 승리했다. 그리고 이어진 이날 부산전에서도 연승했다. 리그 1위를 굳건히 지켜냈다.

마지막까지 지도자로서, 선수로서, 축구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전역을 앞둔 '고참' 축구선배도, 내년 3월 이후 '안갯속 운명'에 처한 '후임' 축구후배도 한마음으로 똘똘 뭉쳤다. 진인사대천명,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그뿐이다.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의경 폐지 절차중 경찰 본연의 업무와 관련이 없는 체육단을 가장 먼저 없애기로 했다고 한다. '리그 선두' 아산 무궁화 축구단이 아산시와 경찰청의 이미지와 홍보에 미칠 영향력, 한국 축구에 미치는 기여도 등 스포츠와 축구가 지닌 무형의 가치에 대한 존중은 조금도 없었다.

현상황에선 K리그2 1위를 한다 해도 승격할 수 없다. 팀의 존립 자체가 기로에 섰다. 프로축구연맹, 아산시와 축구단은 일방적인 충원 중단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4명의 선수들이 축구 경력을 이어갈 방안을 마련하고, 시민구단으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내년 말까지라도 유예기간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3월, 아산 무궁화 축구단에는 단 14명의 선수만이 남는다. 리그 가입 조건의 마지노선 20명을 채울 수 없다. K리그2에서도 사라질 운명이다. 그러나 각 구단 최고의 프로선수, 국가대표급 실력을 갖춘 선수들은 그라운드 밖 상황에 굴복할 뜻이 없다. 자존심을 걸고 매경기 사력을 다해 뛰고 있다. 목표는 여전히 리그 우승이다.

박 감독의 눈물, 아산 선수들의 투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에는 깊은 울림이 있다. 축구의 정신, 프로의 정신, 불굴의 스포츠맨십이란 그런 것이다.

매경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투혼, 혼신의 페어플레이, 이 선수들을 향해 목이 터져라 외치는 팬심을 현장에서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봤다면 '소통 없는' 충원 중단 결정을 하루아침에 그리 쉽게 내릴 수 있었을까. '묵묵부답' 경찰청에 묻고 싶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