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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1]'서른' 이청용, '독일 2부로 간 이유는요'

[보훔(독일)=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또 하루 멀어져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김광석 서른 즈음에 중'

서른이 되면 버려야할 것들이 많아진다. 사랑도, 욕심도, 야망도, 건강도 조금씩 멀어져간다. 팔팔했던 이십대 시절과는 확실히 달라진다. 그래서 가수 고(故) 김광석은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고 노래했나보다.

이청용(보훔)은 이제 서른이다. 서른의 축구 선수.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자신의 꿈 그리고 걸어왔던 경력, 여기에 미래 계획까지. 어떤 것은 버려야 하고 어떤 것과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동시에 조금씩 다가오는 것도 있다.

이청용은 서른에 과감한 선택을 했다. 올 여름 독일 2부리그 보훔에 입단했다. 많은 이들이 놀랐다. 국내로 돌아온다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일본이나 중동, 중국 같은 곳으로 향했더라면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독일 2부리그 보훔이었다. 도전이었다. 왜 그랬을까. 20일 직접 독일 보훔으로 달려가 질문을 던졌다.

▶유럽에서 여전히 뛰고 싶었다

"왜 유럽에 남고 싶었나?"

돌리지 않았다. 그대로 물었다. 또 다시 유럽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어요. 뛰는 환경도 좋아요. 여전히 가장 뛰고 싶은 곳이 유럽이었어요. 그리고 아직 배울 것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했어요. 조금만 더 경험을 하고 싶었지요. 유럽에서 조금 더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그래도 독일 2부리그. 어쩌면 다운그레이드된 것도 있다. 선수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날 수도 있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청용은 개의치 않았다.



"영국에서도 2부리그를 경험해 봤어요. 사실 1부리그와 그리 차이도 크지 않아요. 또한 2~3년 동안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어요.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리그보다는 팀을 먼저 봤어요. 보훔은 정말 좋은 팀이에요. 충분히 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크리스탈팰리스에서의 아픔도 이같은 결정을 내린 또 다른 이유였다. 이청용은 크리스탈팰리스에서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했다. 지난 시즌 겨울 이적 시장 볼턴에 임대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임대 당일, 크리스탈팰리스가 이청용의 이동을 막았다. 갑자기 바카리 사코가 다쳤다. 윙포지션에 한 명의 선수가 아쉬운 상황이었다. 이청용은 크리스탈팰리스에 강제로 '잔류'당했다.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벤치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피치를 밟지 못했다. 몸만 풀다가 나온 경우가 허다했다. 4경기 23분 출전. 그렇게 이청용은 아쉬움 속에 크리스탈팰리스를 떠났다.

"구단 입장도 이해해요. 선수가 또 다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구단은 시즌을 잘 마무리했어야 했어요. 구단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어요."



원망은 없었을까. 아니 없었다면 분명 거짓말일 것이다. 이청용도 동의했다.



"그 순간순간에는 기분이 안 좋기도 했어요. 월드컵도 있었고 굉장히 중요한 시기였어요. 호지슨 감독도 이해를 했고 저를 도와주고 싶어했어요. 제가 부족했어요. 훈련 때 더 확신을 줬더라면, 또 경기에서 더 활약했다면 감독이 저를 안 쓸 수가 없었겠죠. 선수 기용은 감독 고유의 권한입니다. 그리고 감독님이 저를 최대한 도와주려고 노력했어요. 감사하게 생각해요. 팰리스 있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그걸로 만족합니다.



▶새로운 팀 보훔, 우승이 목표

크리스탈팰리스와는 계약이 만료됐다. 이청용은 새 팀을 찾아야만 했다. 쉽지는 않았다. 볼턴이 러브콜을 보냈다. 이청용도 가고 싶었다. 그러나 워크파밋이 문제였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많이 뛰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다른 리그를 알아봤다. 시간이 계속 지났다. 좀처럼 팅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나온 것이 바로 보훔이었다.



"여러방면으로 알아봤어요. 유럽에 있는 리그를 우선으로 뒀죠. 2~3년동안 경기에 많이 뛰지 못했어요. 그래서 쉽지 않았어요. 마침 보훔에서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반가웠어요. 선택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보훔은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김주성(현 대한축구협회 심판운영실장)이 뛰었던 곳이다. 또한 광업 도시로, 1970년대 한국 광부들이 많이 왔다. 지금도 당시 광부들과 그들의 후손들이 많이 살고 있다. 한-일월드컵을 코앞에 뒀던 2002년 3월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A대표팀이 터키와 평가전을 펼쳤던 곳도 보훔이다. 당시 한국은 터키와 0대0으로 비겼다.



"처음에 왔을 때 김주성 선배 이야기를 많이 해주더라고요. 일본 선수들도 좀 뛰었고요. 정대세 선수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광부 분들도 많이 계셨고요. 아시아 선수, 아시아인에 대한 인상이 좋다라는 느낌이었어요."



"첫 경기(잉골슈타트전에서 이청용은 교체 출전했다) 때 한국 분들이 많이 와주셨어요.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한국 분들 뿐만이 아니라 여기 서포터즈들도 반겨줘서 너무 감사했어요."



적응도 빠르다. 오랜 잉글랜드 생활이 큰 힘이 되었다.



"영국에서의 경험이 컸죠. 여기에 적응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었어요. 선수들도 대부분 영어를 잘해요. 의사소통에 큰 문제는 없어요. 또 제 커리어(경력)을 존중해주더라고요.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칭스태프들도요. 감사했죠. 친해진 선수요? (손)흥민이와 같이 뛰었던 시드니 샘, 로비 크루즈 선수도 있고요. 영국에서 생활을 한 선수들도 있어요. 다 좋은 선수들이에요. 무엇보다도 튈려는 선수들이 없고, 다 팀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요. 정말 좋은 팀이에요."



새로운 팀에 둥지를 튼 이청용. 그의 목표는 '우승'이다. 이청용은 프로 무대에서 우승을 단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우승이 더욱 필요하다.



"중학교 중퇴하기 전 두 번 정도 우승을 해봤죠. 그리고는 못했어요. FC서울에서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고 볼턴으로 이적했어요. 그래서 우승이 고파요. 어떤 건지 궁금하고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요. 2부리그에서 우승을 하는 것.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올 시즌 제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될 거에요."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