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일에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SK 와이번스전. 10일 전 끝난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 금메달의 주역인 SK 정대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어진 8회말에는 한미일 통산 300세이브를 넘긴 히어로즈의 일본인 투수 다카쓰 신고가 등판했다. 정대현과 다카쓰, 국제대회와 해외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한 한일 대표 마무리 투수가 KBO리그에서 대결한 순간였다.
10년이 흘러 40세가 된 정대현과 50세의 다카쓰가 지난주 세이부 제2구장에서 재회했다. 세이부 라이온즈와 야쿠르트 스왈로즈 2군의 공식전에 앞서 만났다. 야쿠르트 2군 감독인 다카쓰는 인사를 하러 온 정대현을 보고 "아! SK의…"라고 한 뒤, 손을 내려 손바닥을 뒤집으면서 언더핸드인 정대현의 투구 동작을 보여주고 반갑게 악수했다.
지난해 현역에서 은퇴한 정대현은 올 시즌 초부터 세이부에서 코치연수중이다. 정대현과 다카쓰는 모두 싱커를 주무기로 하는 사이드암형 기교파 마무리로 활약했다. 젊은 시절에 두드러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프로에서 만난 이들의 조언 덕분에 일류 선수로 성장한 점도 똑 같다.
다카쓰는 "노무라 가쓰야 감독과 후루타 아쓰야 포수의 조언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 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대현도 프로 3년차에 들은 조언을 계기로 밝은 미래를 열었다.
"2년차까지 멘탈이 흔들이고 성적도 안 좋아 압박이 심했다. 타자를 압도할 무기가 없는데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오키나와 캠프 때 전력분석원인 김정준 과장(현 SBS 해설위원) 방을 찾아갔는데, 그 때 들은 말이 내 뒤통수를 때렸다."
'타자는 네가 던지는 공을 머리에 그리며 대비를 한다. 너도 거기에 맞춰서 준비를 해라.'
"간단한 얘기였다. 내 싱커를 두고 타자가 계산해 타격을 한다면 그 것 보다 많이 떨어지거나 포인트를 앞뒤로 가져가면서 변화를 주면 된다는 말이었다. 그 말 한마디가 나에게 뿌리가 되고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었다. 나에게 제일 큰 영향을 준 말이었다"
정대현은 현역 때 말이 많지 않고 표정변화도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활기차고 밝은 얼굴로 현역 시절을 되돌아봤다. 그는 젊은 투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대현은 "선수에게 문제가 왔을 때 몸상태에 따라서 해결하는 방법이나 발전하는 계기를 알려주면서, 어려움을 딛고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한편,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지 7년째인 다카쓰는 선수육성에 관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1군 감독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