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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人터뷰]'가능성을 가져갑니다' '승부사' 김호철, 패배의 끝에서 외치는 희망의 외침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져갑니다."

남자 배구대표팀 사령탑인 김호철 감독은 결승전이 끝나고 한참 지난 뒤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가능성'을 언급했다. 평생을 '승부사'로 사는 김 감독이지만, 이번만큼은 패배에 대한 아쉬움 보다 최선을 다하고 졌다는 허탈함이 더 큰 듯 보였다. 그 허탈함의 빈자리를 김 감독은 '가능성'으로 채우고 있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남자 배구대표팀의 힘찬 도약이 은빛 스파이크로 이어졌다. 1일 자카르타 GBK 배구장에서 베스트 전력이 총출동한 '아시아 최강' 이란을 상대로 아시안게임 남자배구 최종전을 치렀다. 이겼다면 금메달. 그러나 이란과의 전력차는 예상만큼 컸다. 한국은 결국 세트스코어 0대3(17-25 22-25 21-25)으로 완패했다. 김 감독과 선수들이 사력을 다해 부딪혔으나 좁히기 어려운 높이의 간격을 확인했다.

그래도 김 감독은 값진 은메달을 수확한 선수들을 칭찬하며 성과를 언급했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많이 노력했다. 그간 준비과정에서 힘들어 하면서도 잘 견뎌왔다. 거기에 운도 따라 주고 해서 결승까지 왔는데, 선수들이 오늘 마지막 경기를 열심히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비록 우리가 생각했던 것을 전부 이루지는 못했지만, 가능성은 봤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아시안게임을 통해) 충분히 가져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구체적으로 경기 중 아쉬웠던 순간에 대한 질문에 "2세트 때 서브하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연속 범실이 나오는 바람에 따라갈 수 있는 찬스에도 불구하고 따라가지 못했다. 그 부분이 아쉬웠는데, 그 외 나머지는 다 잘 됐다"면서 "사실 서브도 전략적으로 때리기도 했다가, 강하게도 때렸다가 하는 등 여러 가지로 다 해봤다. 선수들과 그간 서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 것들을 다 시도했다. 하다가 범실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선수들의 실수를 감싸 안았다.

이란은 아시아랭킹 1위, 세계랭킹 8위의 최강팀이다. 사실 선수 구성이나 지역면에서 '아시아'라고 하기는 좀 애매하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이란을 상대하며 어려웠던 점이라면 스피드와 높이다. 특히 상대방 세터가 해주는 토스를 우리 센터 블로킹이 따라가기 쉽지 않다. 일단 거기서 기가 꺾였다. 그래도 지금 높이가 약간 떨어지는 것 있지만, 나머지 부분들은 잘 했다고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고 했다.

김 감독은 벌써 미래를 보고 있다. 이 패배를 자양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그는 "이란은 우리와 차이가 큰 팀이다. 우리들은 그걸 이겨보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이란을 넘지 못하면 아시아에서 우승이 어렵다. 신장이나 스피드 등 전체적으로 다들 조금 모자라는 게 사실이지만, 그런 부분을 메우려 노력한다면 우리도 대등한 수준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잠시 휴식 후 겨울부터 전국을 떠돌 계획이다. 신장이 좋은 고교, 대학생 유망주들을 직접 보고 그들을 모아 훈련 시켜볼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 배구의 미래를 위한 출발점으로 삼은 것이다. '승부사' 김호철은 패배 후 다시 또 우뚝 일어섰다. 성난 눈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이길 궁리를 이미 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