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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포인트]드디어 눈을 뜬 '독종', 손아섭이 기대되는 이유

"솔직히 후배들 보기에도 좀 미안했죠."

프로선수 가운데 수 많은 독종들이 있지만, 손아섭(30·롯데 자이언츠)은 그중 으뜸에 속한다. 그는 말하자면 대표적인 '성공한 흙수저', '개천에서 난 용'이다. 애초부터 주목받는 선수로 출발한 것도 아니고, 주전급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사실 적게 받았다. 2007년 2차 4라운드로 고향팀 롯데에 지명됐을 때는 아예 이름도 지금과 달랐다.

하지만 손아섭은 성공에 대한 뚜렷한 의지와 목표가 있고, 그를 이루기 위해 한눈 팔지 않는 독종이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힘을 키우고 방망이를 끊임없이 휘둘렀다. 언젠가부터는 아예 배트 손잡이 끝에 두터운 테이핑을 하고 나왔다. 자신만의 스윙 스피드와 밸런스 개선을 위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입단 4년째인 2010년부터 '손아섭'은 롯데의 간판 외야수로 자리잡는다.

그 과정을 기억하기에 손아섭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도 강한 투지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손아섭은 대회 초반 부진했다. 부상이 있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도 나왔다. 13타수 무안타였다.

그러나 손아섭은 이런 식으로 고개만 숙이다 아시안게임을 끝낼 인물이 아니다. 그는 계속 고민하고, 스윙 밸런스를 상대의 타이밍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가 중국전에 나왔다. 4회말 1사 1루때 좌중간을 깨끗이 가르는 장타를 날리며 부진을 탈출한 것. 이후 손아섭은 안타 2개를 더 추가해 이날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극적인 반전이라고? 그렇지 않다. 그저 손아섭이 조금 늦게서야 '손아섭다워진' 결과다.

단기전, 국제대회, 낯선 환경. 스트레스의 크기는 느끼는 사람마다 서로 다르다. 손아섭은 "스트레스가 많긴 했는데, 솔직히 후배들 앞에서 미안했다. 타격 밸런스에서 큰 차이는 없지만 (중국전)첫 타석 때 안타가 나오니까 그 다음부터는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임할 수 있었다"면서 "이곳 환경에 적응하기가 좀 힘들긴 했는데, 그게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모두 똑같은 상황이었다. 관건은 얼마나 빨리 적응을 마치느냐 문제였다"고 그간의 부진 이유를 털어놨다.

스타트가 더디긴 했지만, 어쨌든 '독종'은 그간 감았던 눈을 활짝 부릅떴다. 대표팀이 안정적인 외야 수비 뿐만 아니라 하위 타선에서도 강력한 화력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손아섭은 "대만이든 일본이든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결승전을 다짐하고 있었다. 상대와 관계없이 승부에서는 지지 않겠다는 각오. 독종이 이래서 무섭다. 누구든 걸리면 죽기 살기로 붙는다. 손아섭의 일본전 활약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