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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Live]'펜싱영미언니' 강영미,생애 첫AG 金찔렀다

"첫 번째 출전이지만, 마지막일 수도 있기 때문에…"

'에페 맏언니' 강영미(33·광주서구청)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서며 대한체육회를 통해 밝힌 각오의 첫 마디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만 33세의 나이를 생각하면 강영미가 4년 뒤인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갈 수 있는 확률은 지극히 적다. 강영미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냉정히 보고 '배수의 진'을 친 것이었다. 그 각오가 결승의 선전으로 이어졌다. 강영미가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여자에페 결승에서 중국의 쑨위엔을 11대7로 꺾었다.

1피리어드에서 강영미가 3-1로 앞섰다. 2피리어드도 신중했다. 섣불리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자리를 지킨 채 가볍게 뛰며 쑨위엔에게 공간을 주지 않았다. 그렇게 2피리어드가 대치 상대로 끝났다. 하지만 3피리어드 시작 후 10초 만에 쑨위엔에게 1점을 허용했다. 너무 소극적이었다고 자책했을까. 실점 이후 강영미가 태세를 바꿨다. 앞으로 나아가며 번개 같은 찌르기로 1점을 달아났다.

이때부터 불꽃이 튀었다. 두 차례 연속 몸과 몸이 부딪히며 무득점 상황이 벌어졌다. 그 충격으로 강영미의 칼 손잡이 부분에 약간 이상이 생긴 듯 했다. 강영미는 2분11초를 남겨두고 부품을 교체하며 숨을 골랐다. 재개된 경기에서 다시 동시득점. 하지만 2분을 남기고 공격을 들어가던 강영미가 역습을 허용했다. 그래도 여전히 5-4 리드.

강영미는 다시 전략을 수정해 위치를 고수했다. 어차피 급한 건 쑨위엔이다. 강영미는 침착하게 상대의 엄습하는 칼날을 피했다. 두 선수는 여전히 격렬하게 몸을 부딪혔다. 보기 드물게, 마치 검도 경기 때 나오는 장면 같았다. 그러던 1분9초전, 강영미가 회심의 일격을 찔렀다. 무득점 선언. 강영미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흐름은 바뀌었다. 다급해진 쑨위엔이 허점을 계속 노출했다. 강영미는 이때부터 연속 3득점에 성공해 8-4로 간격을 벌렸다. 남은 시간은 30초. 쑨위엔이 공세의 고삐를 당겼으나 겨우 3점 만회하는 데 그쳤다. 그 사이 강영미도 3점을 따냈다. 11대7, 강영미가 이겼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아시안게임에서 생애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첫 아시안게임'이라는 대목에서 그간 강영미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알 수 있다. 한창 힘이 좋던 20대 중반에는 기량이 제대로 익지 않았었다. 2011 대통령배, 김창환배 등 국내 대회에서는 우승도 하고 좋은 성적을 냈지만, 국제 대회에서는 별 달리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2010광저우 2014인천 등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다 2016 리우올림픽 때 처음 대표팀 일원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때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개인전은 14위, 단체전은 6위.

그렇게 저무는 듯 했던 '펜싱 영미언니'의 대표팀 커리어는 서른을 넘어서 다시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비록 안경은 쓰지 않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컬링 대표팀 김영미와 같은 이름이다. 팀의 '맏언니'라는 것까지 닮아 '펜싱 영미언니'로 불리는 강영미는 이렇게 첫 아시안게임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가 끝난 뒤 펜싱 동료들은 그녀를 향해 "영미! 영미!"라고 외쳐줬다. 애정과 존경, 그리고 축하를 담은 외침이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