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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blog]자카르타AG 자원봉사자들 워너원 떼창'소름'[영상]

드디어 내일, 18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개막합니다.

원래 베트남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대회인데 베트남이 개최를 포기하면서 우여곡절끝에 인도네시아로 장소가 바뀌었습니다.

18일 개막을 앞두고 대한민국 선수단 본진과 함께 15일 자카르타에 들어왔습니다. 자카르타 3일째, 날씨는 생각보다 견딜 만합니다. 한반도를 110년만에 강타한 '40도 폭염'에 강하게 단련된 덕분입니다.

날씨는 나쁘지 않은데 가는 곳마다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에 좌충우돌 중입니다. 내일이 개막인데 경기장은 공사중이고, 미디어 셔틀버스는 시간표가 들쭉날쭉, 훈련장 찾아가기는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기자들에게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인터넷망은 속터지게 느리고요. 소문대로 길도 매우 막힙니다. 휴교령까지 내렸다는데 교통 체증은 상상이상입니다. 1시간에 한 대씩 있다는 셔틀버스는 당최 몇시에 오는지, 몇시에 출발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에브리 원 아워(every one hour, 1시간마다)"라는 똑같은 대답만 돌아옵니다.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타니 이번엔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빨리빨리' 도시, 서울에서 온 탓일까요. 기다림, 인내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4년전 인천아시안게임 때도 초반엔 다들 엄청 헤맸어요. 셔틀버스 대란도 났었죠. 1962년 아시안게임 이후 56년만이라니, 자카르타도 이런 종합대회가 반세기만에 처음이라 그런 거겠죠.

그래도 낯설고 답답한 현장을 견디게 해주는 건 선한 눈빛의 인도네시아 자원봉사자들입니다. 푸념을 늘어놓고 항의를 할 때마다 이들은 생글생글 웃으며 "아임 쏘리"로 시작합니다. 남녀 대학생들이 많은데 영어도 잘하고 하나같이 친절합니다.

자카르타 첫날, 경기장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오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더니 한 자원봉사자가 20분 거리의 목적지까지 함께 걸어가주겠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대뜸 "안녕하세요" 한국어 인사를 건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K-웨이브(한류)는 엄청나다. 친구들이 한국드라마를 정말 좋아한다. 한국어를 잘하는 애들도 굉장히 많다"고 귀띔합니다. "9월에 친구들과 나도 한국에 놀러간다. 서울도 가고, 남이섬, 설악산도 갈 거"랍니다. 설악산을 어떻게 아느냐고 했더니 "구글맵으로 찾아봤지"라며 활짝 웃습니다.

남자 핸드볼 한일전이 열린 자카르타 포프키 시부부르 경기장(이름도 복잡)에선 한국 드라마에 죽고 못사는 '한류 자봉' 소녀들을 만났습니다. 경기장 미디어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20대 초반의 여학생 7명이 '한국기자'라는 말에 반색합니다. 미디어 담당관 사라씨가 "제 이름은 '시옷(ㅅ)에 아, 리을(ㄹ)에 아, 사라'입니다. 인도네시아 나이로 스무살, 한국나이로 스물한살이에요"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다들 한국말을 어찌나 잘하는지 순간 명동 한복판에 온 줄 알았습니다. 한국어 전공이냐고 물었더니 "아니에요" 고개를 흔듭니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했더니 한목소리로 "네!" 합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묻기가 무섭게 "워너원, 엑소, BTS, 샤이니, 소녀시대, 블랙핑크…" 난리가 났습니다. 노래 한곡 부탁했더니 절대 뒤로 빼지 않습니다. 서로 눈빛 호흡을 주고받더니 "Make me feel so high, 미치겠어 날 멈출 순 없어" 미디어센터가 떠나가라 떼창을 합니다. 오, 워너원의 '에너제틱', 칼군무 손놀림까지 완벽합니다.

인도네시아 한류 덕분에 지쳤던 한국기자의 어깨가 으쓱으쓱 올라갔습니다. 유쾌한 '한류 자봉걸스' 덕분에 힘든 현장도 그럭저럭 견딜 만해질 것같습니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