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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AG] 박지수에 대한 여농대표팀의 딜레마, '기다릴 수 밖에…'

"엔트리를 비워놓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은 지난 13일(한국시각) 대회 현장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입성했다. 대표팀을 이끄는 이문규 감독은 인천공항에서 가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베스트 전력이 아니라는 평가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 선수들은 빈틈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하지만 이날 출국장에서 떠난 대표팀 선수들은 11명이었다. 한 명의 자리가 비어있다. 바로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는 박지수(20)의 자리다. 이 감독은 "(박지수의)엔트리를 비워놨다"면서 "만약에 박지수가 안오면 엔트리 한 자리를 버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박지수가 대표팀을 위해 해보겠다는 결의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박지수의 아시안게임 참가여부가 여자농구 단일팀의 주요 이슈가 된 모양새다. 분명 박지수는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다. 압도적인 신체 조건과 기량 등을 앞세워 메달 획득에 앞장설 수 있다. 그래서 이 감독과 대한농구협회도 여전히 박지수에 대한 희망을 접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박지수가 처한 상황도 그리 녹록치 않다. 그래서 대표팀에 대한 자부심이나 태극마크에 대한 애국심만을 강요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자칫 선수 개인에게만 부담을 지워주는 모양새가 될 우려도 생긴다.

현재 박지수는 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 소속으로 리그를 소화 중이다. 그런데 소속팀이 현재 플레이오프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14일(한국시각) 현재 라스베이거스는 8위 댈러스 윙스와 불과 1경기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 20일까지 정규리그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역전으로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가능하다는 뜻이다. 비록 박지수가 주전 센터가 아닌 식스맨이긴 해도 이런 시기에 대표팀 차출을 이유로 소속팀을 떠나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이유로 박지수도 확실한 답변을 할 수 없는 상태다.

라스베이거스 측도 이런 상황으로 인해 대한민국 농구협회쪽에 19일 이후나 돼야 박지수의 대표팀 합류 여부를 알려주기로 했다. 그나마 19일을 즈음해 박지수의 대표팀 합류가 확정되면 괜찮다. 미국에서 인도네시아로 이동해 컨디션을 조율하고 대표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다면, 27일부터 시작되는 8강전 이후부터는 제 몫을 해낼 여지가 있다. 실질적으로 4강 이전까지는 박지수 없어도 해볼 만 하다.

하지만 만약 라스베이거스가 역전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대표팀 운용 전략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최악의 경우는 박지수의 합류가 불발되면서 그 몫으로 남겨둔 엔트리 한 자리를 버리는 상황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비록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박지수를 비난할 순 없다. 해외리그 진출 첫 해에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성과를 외면하기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여자농구 대표팀이나 박지수나, 지금으로서는 운명의 결정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과연 박지수는 단일팀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까.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