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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최악 폭염에 배추가 썩어가요'…고랭지 배추 폭염 피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강원 태백 매봉산 고랭지 배추마저 폭염에 짓물러 썩고 있다.
14일 매봉산 드넓은 고랭지 배추밭 입구에 들어서자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겉만 파랄 뿐 속은 누렇게 썩어 있었다.
매봉산 북서쪽 곳곳은 겉도 온통 누런색이었다.
고온으로 발생하는 배추 무름병 피해다.
배추밭을 살펴보던 한 농민은 "하늘(날씨)이 원인이고, 약도 없어서 썩어가는 배추를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한숨지었다.
매봉산은 해발 1천303m로 서울 남산보다 5배 가까이 높은 고산이지만, 올여름 계속된 폭염을 피하지 못했다.
그만큼 올해 불볕더위는 최악이다.
이정만 태백 매봉산 영농회장은 "지난달 22일 해발 1천100m인 배추밭 최고기온이 30.4도를 찍었다"며 "이는 매봉산 배추농사 50년 역사에서 가장 높은 기온이다"고 말했다.
매봉산에서 고랭지 배추농사는 1965년부터 시작됐다.



매봉산 배추는 지금이 출하 절정기이지만, 올해는 배추가 밭에 그대로 남아 있다.
폭염 피해로 상품가치를 잃어버린 탓이다.
이 회장은 "매봉산에서만 5t 트럭으로 1천600대 규모의 배추가 생산되지만, 올해는 불과 20∼30대만 출하됐다"며 "이런 상태라면 피해가 최대 80%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배추 대부분을 수확 못 하고 갈아엎어야 하는 재해 수준의 폭염 피해가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현지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배춧값도 연일 치솟고 있다.
태백시에 따르면 14일 가락시장 배추(10㎏) 상품 가격은 1만5천174원으로 올여름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달 전 8천334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폭등이다.
올해 태백지역 고랭지 배추재배면적은 축구장 면적(0.714㏊)의 1천106배인 790㏊로 추산된다.
태백 고랭지 배추는 여름부터 추석 전까지 '국민 식탁'을 책임진다.
태백시 관계자는 "폭염으로 평년보다 최소 30% 규모의 생산량 감소가 우려된다"며 "추석 배춧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귀네미골 배추는 지금이 한창 성장 단계이기 때문에 피해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태백 매봉산과 강릉 안반데기와 함께 국내 3대 고랭지 채소밭인 귀네미골 배추는 8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 출하된다.
기상청은 이달에도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byh@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