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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윤성환 두번째 FA 타고투저가 기회줄까

두산 베어스 장원준(33)과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37)은 2014년 11월 생애 최고 순간을 보냈다. 그해 가을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장원준은 두산과 4년간 84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했다. 윤성환은 소속팀 삼성과 4년 8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 3년간 둘은 팀의 주축선발로 활약했다. 올해 나란히 두 번째 FA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나이를 감안하면 대박은 아니어도 중박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꾸준함의 대명사로 지난 3년간 '돈값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두 선수다. 그런데 올 시즌에 예상밖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FA 계약 전선에는 먹구름이 드리웠고, 팀은 속앓이 중이다.

윤성환은 올해 17경기에서 3승7패, 평균자책점 7.12를 기록중이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3차례에 불과하고 피안타율은 3할4푼이나 된다. 장원준은 14경기에서 3승6패, 퀄리티 스타트는 2차례, 평균자책점은 10.48이다. 통산 129승의 장원준, 125승의 윤성환. 둘의 이름값이 아니었다면 이미 선발진 탈락이다.

지난 21일 둘은 나란히 후반기 첫 경기를 치렀다. 희비가 엇갈렸다. 장원준은 LG 트윈스전에서 2이닝 7안타(1홈런) 2사구 7실점의 뭇매를 맞았다. 7경기 연속 대량실점이다. 팀은 역전승을 거뒀다.

윤성환은 한화 이글스전에서 6이닝 5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후반 동점이 돼 승리는 날아갔다. 시즌 첫 무실점 역투. 상대가 팀 타율 9위, 최근들어 수수깡 방망이로 전락한 한화였지만 제구는 시즌 들어 최고. 다만 한 경기로 부진탈출을 속단할 순 없다.

리그의 심각한 타고투저가 둘을 구할 수 있을까. KBO리그는 수년째 심각한 투수난을 겪고 있다. 특히 붙박이 선발, 에이스는 턱없이 부족하다. 장원준과 윤성환은 십수년 세월 동안 살아남은 베테랑들이다. 올해 부진이 계약규모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리기엔 미련이 남는다.

지금으로선 현장의 인식은 차갑다. 현실적으로 30대 중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기세가 꺾이면 혹 타자라면 몰라도 투수는 부진을 딛고 올라서기 힘들다. 또 부진의 정도가 너무 심각하다. 4점대 후반, 5점대 평균자책점 수준이 아니다.

악재는 또 있다. 리그 트렌드 변화다. 수년간 투수에게 한없이 관대했던 FA시장이었지만 시장이란 원래 시류에 민감하다. 각 팀은 선순환 리빌딩과 성적 쫓기를 병행하는 분위기다. 유망주 키우기와 2군 강화 열풍이 번진 상태다. 같은 실력이면 조금이라도 어린 선수에게 우선권을 준다. FA계약 당해나 이듬해 뿐만 아니라 그 이후 활약 가능성도 신경을 쓴다. 다년 계약 대상자는 더욱 그렇다.

장원준은 시급한 반전이 필요하고, 윤성환은 지속적인 안정감을 선보여야 한다.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