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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훈남정음', 그럼에도 황정음을 응원하는 이유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SBS 수목극 '훈남정음'이 19일 종영했다.

'훈남정음' 최종회에서는 훈남(남궁민)이 정음(황정음)에게 프러포즈하는 해피엔딩이 그려졌다. 그동안 수많은 오해와 갈등으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던 이들이 운명적인 사랑에 결실을 맺은 것. 이렇게 '훈남정음'은 '단짠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성적표는 아쉽다. 작품의 최고 시청률은 5월 23일 방송된 1회가 기록한 5.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다. 이후로는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이더니 2%대까지 하락, 최종 시청률 또한 2.6% 2.8%로 씁쓸한 퇴장을 알렸다. 아무리 월드컵 경기 중계 등으로 결방이 잦았고, 최근 tvN 수목극 '김비서가 왜 그럴까' 신드롬으로 지상파 3사 수목극이 모두 부진을 겪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훈남정음'이 최하위로 종영을 맞게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믿고보는 배우' 남궁민과 황정음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부진에 비난의 화살은 여주인공인 황정음에게 쏠렸다. 외모부터 연기는 물론이고 결혼과 출산을 한 여배우가 로코물 여주인공을 맡아서 몰입이 안됐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말 악플대로 황정음이 이 드라마의 역적인지는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유부녀이자 엄마인 배우라고 해서 장르 선택에 제한을 받을 필요는 없다. 남자 배우들은 불혹이 넘어서도, 가정을 꾸렸더라도 아무런 제약 없이 띠동갑이 넘는 나이차가 나는 여자 배우와 멜로를 찍어도 별 말이 없다. 그런데 유독 여배우라고 해서 개인 신변의 변화로 어떠한 장르에 도전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이중잣대일 뿐이다. 외모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고, 개인적인 미의 기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취향 문제이기 때문에 언급할 필요도 없다. 다만 황정음의 연기가 정말 주연배우의 자질까지 거론될 만큼 부족했느냐 하는 문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황정음이 맡은 정음은 엄마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한 상처를 안고 있지만, 씩씩하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캔디형 캐릭터다. 다소 오버스럽고 산만하기도 하지만 무한 긍정 에너지를 발산하며 주변에 사랑을 전파한다. 커플매니저라는 직업에는 딱 맞는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것이다. 그리고 황정음은 이러한 정음을 차지게 소화해냈다. 특유의 호들갑스러운 망가지는 연기로 극의 코믹 요소를 톡톡히 살려냈고, 푼수 같으면서도 속내가 깊은 캐릭터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미워할 수 없는 여주인공을 탄생시켰다. 남궁민과의 케미도 물론 좋았다. 악연으로 얽힌 두 남녀가 거듭된 우연 속에서 진심을 깨닫고 연인으로 발전한다는 로코물 특유의 단조로운 전개에도 설레고 통통 튀면서도 안쓰럽고 짠한 정음과 훈남의 러브라인을 제대로 그려냈다. 이와 함께 준수 역의 최태준과는 가슴 떨리는 남사친 로맨스를 펼치며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촬영장에서의 태도 또한 나무랄 데 없었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황정음은 '훈남정음'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톡톡히 했다. 워낙 모난 성격을 가진 배우가 없는 촬영장이기도 했지만, 황정음은 실제 정음 캐릭터인 것처럼 밝고 긍정적인 태도로 유쾌한 에너지를 전파하며 촬영장에 파이팅을 불어넣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황정음은 '반짝 스타'가 아니다. 걸그룹 슈가로 데뷔한 그는 2005년 '루루공주'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전업했다. 당시에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연기력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황정음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2009년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포텐을 터트렸다. 이후 '자이언트' '비밀' '내 마음이 들리니' '골든타임' '돈의 화신'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서서히 연기력을 인정받아 '믿보황'이란 지위까지 올랐다. 비록 '훈남정음'으로 한번의 쓴 맛을 보긴 했지만 그 정도로 무너질 내공의 스타는 아니라는 얘기다.

성장통을 겪은 황정음이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연기로 '믿보황'의 저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