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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전도사` 3人 '그들이 배워가는 건 한국문화 자체였다'

"나는 그들에게 한국 노래와 춤을 가르쳤는데, 그들이 배워가는 것은 한국문화 그 자체였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있는 주(駐) 벨기에·유럽연합(EU) 한국문화원(원장 최영진)이 지난 2일부터 문을 연 'K-팝 아카데미'에 강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보컬 트레이너 한보라(여·34) 씨와 안무가 백원경(여·30), 안새롬(여·31) 씨는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브뤼셀에서 K-팝 아카데미를 통해 K-팝 팬들을 만나 K-팝도 재즈, 라틴음악처럼 이제 음악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세계 속으로 뻗어 가는 한류, K-팝의 힘을 유럽에서 실감했다"고 말했다.
벨기에·EU 한국문화원은 K-팝 열풍을 확산하기 위해 K-팝 팬들을 대상으로 올해로 세 번째 K-팝 아카데미를 마련했다.
특히 문화원 측은 현지의 팬들에게 수준 높은 K-팝을 경험하고 배울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한국에서 이들 3명의 강사진을 특별 초빙했다.
이들은 지난 2일부터 4주간 평일 오후 매일 두 시간씩 문화원에서 사전에 수강을 신청한 100여 명을 대상으로 K-팝 노래와 댄스를 가르치고 있다.
'유럽의 심장부'에서 'K-팝 전도사'로 나선 것이다.

이들은 K-팝 아카데미를 통해 유럽인들의 K-팝에 대한 사랑과 한국문화에 대한 애정을 확인했다면서 "K-팝 확산을 위해 K-팝을 외국의 팬들에게 직접 소개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보컬 교육을 맡은 한 씨는 두 차례 싱글앨범을 낸 가수 출신으로, 슈퍼스타K 트레이너로 활동했고 미국 워싱턴 한국문화원의 K-팝 아카데미 강사를 지냈으며 서울종합예술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댄스 교육을 맡은 안 씨는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 문화공연 겨울 아이들 안무를 담당했고, 소녀시대 서현의 솔로 1집과 단독 미니콘서트 안무에 참여했다.
댄스 강사 백 씨는 현아·포미닛·슈퍼주니어·비스트·임창정 등 콘서트 등에서 활동하고 중국판 프로듀서 101인 '창조 101'의 트레이너 강사로 참여한 바 있다.
다음은 이들과 가진 일문일답.

--K-팝에 대한 수강생들의 이해도는 어느 정도인가.
▲백원경(이하 백) 여기에 와 보니 생각보다 아이들이 K-팝 가수와 곡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특정한 유명 가수만 아는 정도가 아니었다. 최근에 나온 노래도 다 알고 있어서 놀랐다.
▲한보라(이하 한) = 자기가 좋아하는 한국 가수의 신곡이 나오면 먼저 춤을 따라 배우고, 그다음에 노래를 따라 부른다고 한다. 핫한 노래의 경우 누가 가장 먼저 커버(춤을 따라 하는 것)해서 유튜브에 올리느냐를 놓고 경쟁을 하기도 한다.
▲안새롬(이하 안) = K-팝을 극소수 마니아층만 좋아할 거로 생각했는데 여기(K-팝 아카데미)에 오는 수강생들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가수나 아이돌의 음악 스타일뿐만 아니라 그들이 입는 옷, 메이크업 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K-팝 수업을 들으면서 수강생들이 달라진 게 있나.
▲안 = 나는 한국 노래와 춤을 그들에게 가르쳤는데, 그들이 배워가는 것은 한국문화 그 자체더라. 학생들이 저한테 한국식으로 예의를 갖추려고 한다. 한국문화에 맞춰서 존칭을 사용하고 허리를 숙여서 인사를 하고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랐다.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한 = 한국 TV 드라마 영향이 큰 것 같다. 드라마가 인기가 있으니까 드라마에 삽입된 OST도 인기를 끌게 되는 것 같다. 드라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관심이 생기니까 음악도 듣게 되고, 음악을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안 = K-팝이 유럽에서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돌의 무대 퍼포먼스가 훌륭하고 완벽하기 때문이다. K-팝에 동반되는 댄스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그러니까 더 프로페셔널로 인정해주고 좋아하는 것이다. 또 아이돌 가수들도 다양해서 다양한 팬층이 형성되는 것 같다.
--세계 무대에서 K-팝의 위상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나.
▲한 = 외국 친구들에게 이제 K-팝은 단순히 코리아팝송이 아니라 라틴음악이나 재즈처럼 음악의 새로운 한 장르가 됐다고 한다. 브뤼셀에서 이것을 실감했다. 한국 노래만의 독특함이 있다는 것이다.
--K-팝의 독특함이란 게 뭔가.
▲한 = K-팝 하면 신나고 춤(댄스)이 동반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외국 팬들에겐 더 멋있게 여겨진다고 한다. 수강생들에게 '방탄소년단'이 왜 좋으냐고 물었더니 잘생기고 예쁜 남자 아이돌들이 멋지게 춤을 춰서 좋다고 하더라.
--유럽의 K-팝 팬들도 마찬가지인가?
▲백 = 유럽 친구들도 퍼포먼스를 좋아한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노래도 좋아하지만 멋있는 춤, 화려한 퍼포먼스가 가미된 곡들을 많이 선호한다고 한다. 수강생들에게 좋아하는 가수를 물었더니 방탄소년단과 함께 101, 블랙핑크 등을 꼽았다. 여자 아이돌 그룹보다 남자 아이돌 그룹을 더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았다.

--K-팝 아카데미 교육 중 인상적이었던 일은.
▲백 = 유럽에서도 여자 아이돌 그룹인 트와이스 인기가 좋다고 해서 트와이스의 노래와 댄스를 가르치려고 준비했다. 귀엽고 애교 있게 춤을 추는 게 핵심인 곡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막상 애교 있는 동작을 주문하니까 어색해하며 온몸으로 거부하더라. 유럽에는 여자들이 예쁜 척, 애교 있는 척하는 모습을 부각하는 문화가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화려한 퍼포먼스가 있는 남자 가수 노래로 급히 변경해서 레슨을 진행했더니 무척 좋아하더라. 수업이 끝났는데도 계속 붙잡고 자기 동작을 봐달라고 했다. 그 다음 날부터는 수업 시작 훨씬 이전부터 (강의실에) 와서 연습하곤 하더라. 노래하나 바꿨을 뿐인데 그렇게 행동이 바뀌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벨기에 팬들에게 K-팝을 가르치면서 어려웠던 점은.
▲안 =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안 돼서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시간은 제한돼 있고, 학생들은 의욕적인데 학생들에게 잘 전달이 되는지 체크가 안 되니까 답답한 적이 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몸으로 직접 시범을 보여주면서 하니까 자연스럽게 융화가 됐다.
--학생들의 수강 태도는.
▲한 = 수업 시작은 오후 2시인데, 오전 10시에 와서 기다리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일찍 나와서 미리 온 친구들과 수업 준비하고, 학생들이 배운 노래를 직접 녹음해서 MP3에 담아서 선물을 해주기도 했다. 학생들이 진짜 가수처럼 직접 노래를 불러 녹음하고 그런 경험이 없으니 아주 좋아하더라.
▲백 = 유럽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과 많이 다르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그래서 내가 학생들의 동작을 바로 잡아주려고 하면 자존심 상해하거나 K-팝 댄스에 대한 흥미를 잃을까 봐 처음엔 말을 아꼈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먼저 와서 자기 동작이 제대로 됐느냐고 묻고 질문도 하고 그랬다. 한국에는 K-팝을 배울 기회가 많지만 여기 학생들은 학원도 없고 해서 나에게 배우는 기회가 전부이다시피 해 소중하다며 적극적이었다.
--K-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K-팝 확산을 위해 더 필요한 게 있다면.
▲한 = 정부에서 지원하고는 있지만 작은 부분이다. K-팝을 알리고 한류를 알리는 것은 결국 우리 문화를 알리는 것이다. 외국의 K-팝 팬들을 직접 만나서 가르치고 교감하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백 = K-팝이 널리 알려지려면 우선 가수들이 해외 공연을 더 많이 갖고 팬들과 직접 접촉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K-팝을 배우겠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가르칠 기회도 많아질 것 아닌가.
▲안 = 그동안 K-팝 가수들의 공연이 아시아권에 집중된 측면이 있다. 유럽과 미국에는 K-팝을 사랑하는 팬들이 많으므로 유럽과 미국 지역으로 활동폭을 넓히면 K-팝이 세계인들로부터 더 많이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bingsoo@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