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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골많이 나오는 공인구라더니…근데 왜 이래?

대단원의 막을 내린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는 화끈한 중거리 골잔치도 보는 재미를 배가시켜줬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나온 나초(스페인)의 강력한 중거리골과 호날두(포르투갈)의 환상적인 동점 프리킥골은 신호탄이었다.

16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크로아티아의 결승전에서도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총알같이 꽂히는 골들이 축제 마지막날을 장식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중거리골이 자주 등장하는 데 대해 선수 기량과 경기 상황 외에 공인구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있었다.

러시아월드컵 공인구은 '텔스타18'이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때 사용했던 공인구 텔스타가 신기술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 공은 4년 전 브라질월드컵 공인구였던 '브라주카'보다 가볍고 탄성이 높았다. '텔스타18'의 무게는 430g으로 브라주카(437g)보다 7g 더 가벼웠다. 리바운드 높이는 142.3cm로 브라주카(134cm) 보다 9cm이상 높이 튀는 등 고탄성이었다.

탄성이 높은 만큼 슈팅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대회 전부터 보이지 않는 변수이자 복병으로 거론됐다. 수비수와 골키퍼 입장에선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육각형 32개 패널로 구성된 과거 축구공과 달리 6개 패널로 구성된 '텔스타18'은 구 형태에 가깝고 표면도 가죽이 아닌 합성수지로 만들어 골키퍼가 안정적으로 잡기도 쉽지 않았다. 대회 시작 전 스페인 골키퍼 데헤아가 "이상한 공"이라고 평가하는 등 골키퍼들에겐 골 많이 먹을까봐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대회를 모두 마치고 골 집계를 비교한 결과 공인구의 위력은 예상만큼 강하지 않았다. 4년 전보다 더 무서운 공이라는 평가였지만 골 개수는 되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경우 총 64경기를 치르는 동안 171골이 나왔다. 평균 2.7골이다. 이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똑같은 골 기록을 보인 이후 4회 대회 만에 최다 기록이었다. 2002년 평균 2.5골, 2006년 2.3골, 2010년 2.3골 등이었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는 같은 64경기에서 브라질보다 2골 적은 169골이 나왔다. 평균으로도 2.6골로 브라질보다 0.1골 감소했다. 그나마 조별리그까지는 브라질대회에 비해 턱없이 저조했다가 16강부터 많은 골이 터지며 만회한 기록이다. 러시아월드컵 16강부터 3-4위전, 결승까지 16경기를 치르는 동안 47골(평균 2.9골)이나 터졌다. 프랑스-크로아티아의 결승전 4대2, 16강 프랑스-아르헨티나전 4대3, 벨기에-일본전 3대2, 8강 러시아-크로아티아 2대2 등의 다득점 경기가 조별리그의 골가뭄 회복을 견인한 것이다.

조별리그만 놓고 비교하면 브라질대회의 경우 48경기 136골(평균 2.8골)이었고 러시아대회는 122골로 평균 2.5골에 불과했다. 특히 브라질대회 때는 브라질-멕시코전(A조), 일본-그리스전(C조), 이란-나이지리아전(F조) 등 0대0 무득점 경기가 5번이었지만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는 덴마크-프랑스전(C조) 1경기밖에 없었다. 무득점 경기가 훨씬 적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이번 공인구는 우려했던 만큼 보이지 않는 변수가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새로운 공인구는 처음 접했을 때 약간 낯설다는 느낌일 뿐 적응기간을 갖고 나면 큰 변수로 못느낀다. 결국 골은 사람(선수)과 경기환경, 상황에 따라 나오기도, 안나오기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