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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난 겨울 LG가 소사와 재계약하지 않았다면...

LG 트윈스는 지난해 말 류중일 감독 부임 후 외국인 선수 구성에서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

재계약 1순위였던 데이비드 허프는 200만달러 이상의 조건을 요구하는 바람에 협상이 틀어져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즈로 떠났다. 또 재영입하려던 레다메스 리즈와 접촉에 나섰다가 메디컬 테스트에서 팔꿈치에 이상 소견이 나와 결국 없던 일로 했다. 만일 허프가 LG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리즈의 몸상태가 양호했다면 올 시즌 LG의 외국인 투수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한국에서 헨리 소사의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소사는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선발투수로 우뚝 서며 LG의 상승세를 이끄는 에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무대가 다르긴 하지만 허프는 야쿠르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며 2군으로 내려갔다. 리즈는 밀워키 브루어스 마이너리그에서 최근 방출 통보를 받았다. 소사와는 처지가 하늘과 땅 차이가 됐다.

소사는 지난 11일 잠실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를 끝으로 화려했던 전반기 일정을 마쳤다. 이날 소사는 8이닝 동안 5안타를 허용하고 1실점으로 틀어막는 역투를 펼치며 3대1 승리를 이끌고 시즌 8승에 성공했다. 전반기 성적은 19경기에서 8승5패, 평균자책점 2.58이다. 전반기 최고의 투수를 꼽으라면 단연 소사일 수 밖에 없다. 다승 경쟁에서 밀릴 뿐, 선발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거의 모든 항목에서 소사는 1,2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전반기 내내 선두를 유지했다. 이 부문 2위였던 두산 베어스 세스 후랭코프가 지난 10일 KT 위즈전에서 2⅔이닝 7실점으로 3점대(3.26)로 떨어지면서 소사의 입지가 더욱 돋보이게 됐다. 현재 2위는 2.77을 기록중인 두산 조쉬 린드블럼이며, 3위에는 소사의 동료인 타일러 윌슨(3.01)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소사, 린드블럼, 윌슨, 후랭코프의 4파전이 후반기에도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물론 타이틀은 소사가 가져갈 가능성이 무척 높다.

선발투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항목은 투구이닝이다. 전반기에 132⅓이닝을 던진 소사는 이 부문서 압도적인 1위다. 2위 KIA 타이거즈 양현종(121⅓)보다 11이닝이나 앞서 있다. 완투승을 두 번 올렸고, 7이닝 이상을 14번 던졌다. 선발 평균 투구이닝이 6.96이닝에 이른다. 등판했다 하면 7이닝은 기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와 QS 플러스(7이닝 이상 던진 QS)에서도 각각 16번, 13번으로 모두 1위를 마크중이다. 13승으로 다승 선두인 후랭코프는 18차례 선발등판서 12번의 QS를 올렸고, QS플러스는 한 번 뿐이다.

탈삼진 부문서는 한화 이글스 키버스 샘슨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SK전에서 8개를 추가해 131개를 기록한 소사는 135개의 샘슨을 4개차로 추격중이다. 소사는 지난 5월 24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둘 때 올 시즌 한 경기 최다인 14개의 삼진을 잡아낸 것을 비롯해 총 4번의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다. 탈삼진은 투구 이닝이 많은 투수에게 절대 유리하다. 샘슨이 탁월한 탈삼진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소사는 투구이닝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밖에 소사는 피안타율에서 2할3푼9리로 5위, 이닝당 출루허용은 1.07로 2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LG는 소사가 등판한 19경기에서 10승9패를 기록했다. 팀 승률이 겨우 5할을 넘는다. 이는 소사가 타선과 불펜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소사가 나서면 타선이 침묵하거나, 혹여 리드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도 불펜진이 승리를 날려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소사는 올 시즌 한층 밝은 표정으로 선발 마운드를 이끌고 있다. "동료들이 없다면 자신도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전반기 일정을 마친 소사는 "전반기에 많이 던져서 좀 피곤하긴 하다"면서 "평균자책점 1위로 시즌을 마치고 싶은데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다"며 활짝 웃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