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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구멍' 1만개 伊로마…피해 속출에 시민들 색칠 나서

도로 위의 지뢰로 불리는 '포트홀(크게 패인 부분)'로 몸살을 앓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최근 도심 곳곳 포트홀 주변에 색이 칠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수년째 당국의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대다수의 포트홀이 방치되자 시민들이 보행자와 운전자들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당국에 항의하기 위해 스프레이 페인트로 도로가 팬 부분을 색칠하기 시작했다.
포트홀 색칠은 포트홀 때문에 26세의 딸을 떠나보낸 여성 그라치엘라 비비아노 씨의 제안으로 처음 시작됐다.
그의 딸은 지난 5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로마 도심과 남부 외곽을 잇는 주요 도로에 도사린 포트홀에 중심을 잃으며 땅에 떨어져 숨졌다.
비비아노 씨는 이달 초순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공개편지를 보내 당국이 오랫동안 손을 놓은 열악한 도로 상태 때문에 딸이 죽었다고 지적하며, 치명적인 포트홀의 위험을 널리 알리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나서 포트홀에 칼라 스프레이를 뿌릴 것을 제안했다.
'구멍은 이제 그만'(basta buche)이라는 별칭이 붙은 그의 이런 제안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널리 퍼지며 호응을 얻었고, 순식간에 도심 포트홀의 상당수에 노랑, 주황 등의 색깔이 입혀졌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포트홀에 빠져 넘어진 적이 있다는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포트홀을 노란색 페인트로 칠한 사진을 게재하며 "이런 행위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지대한 염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로마 경찰은 포트홀을 페인트로 칠하는 사람은 공공기물 훼손 행위로 168유로(약 22만원)의 벌금과 함께 페인트를 지우는 데 필요한 경비까지 부담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로마 차로 곳곳에는 방치된 구멍들만 약 1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시 당국은 예산과 인력, 장비 등의 부족으로 적극적인 보수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타고 가다 포트홀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잇따르고, 파인 구멍에 타이어가 손상되는 차들이 속출하자 로마 시민들의 불만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비자단체 코다콘스(Codacons)는 파인 도로로 인해 로마 시내 차량 10대 중 1대꼴로 손상을 입었다며 피해자들을 모아 시 당국을 상대로 보상 소송까지 추진 중이다.
한편, 로마 시정은 2016년 6월부터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소속 비르지니아 라지(39) 시장이 이끌고 있다. 로마 역사상 최초의 여성 시장으로 기대를 모은 그는 인사 난맥과 측근 부패 혐의 등에 시달리며 시정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고, 그의 재임 기간 로마의 고질적인 문제가 더 악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성운동 창립자인 코미디언 출신의 베페 그릴로(70)는 최근 "로마를 돌아다녀 봤지만, 도로에 구멍은 하나도 눈에 띄지 않는다"며 포트홀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을 정치 공세로 치부, 빈축을 사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