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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차지훈·임혜영 감독 '4년만에 개봉한 '마중', 기적이다'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1000만원으로 4회차 촬영, 어렵게 만든 영화인데 개봉까지 하게 될 줄 상상도 못 했죠."

어렸을 적 동고동락했던 7명의 친구가 30대가 되고 난 뒤 다시 만나 서로에 대한 유쾌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버라이어티 영화 '마중: 커피숍 난동 수다 사건'(이하 '마중', 임혜영 감독, 자메이크 필름 제작). 토크 버라이어티 장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제작된 '마중'은 김준한, 류대식, 문웅기, 성기국, 송준영, 정재영, 차지훈 등 7인의 배우가 중심을 이뤄 94분 동안 차진 수다로 이야기를 채우는 새로운 형식의 영화다.

배우 모두가 각본 작업에 참여한 '마중'은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재기발랄한 유머와 직설적인 대사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 남성들의 리얼한 현실을 다뤄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마중'은 2015년 열린 제17회 대전독립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으면서 주목받았고 이어 2016년 열린 제16회 전북독립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주연 배우 전원이 배우상을 수상하며 관심을 받았다.

이러한 '마중'은 호평에 힘입어 지난달 17일 관객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저예산 독립영화로 극장 배급을 잡기 쉽지 않아 개봉 일을 잡지 못했던 '마중'이었지만 연이은 독립영화제 초청, 수상 등이 이어지면서 입소문이 퍼진 것. '마중'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가진 '마중'의 연출자 임혜영 감독과 배우 차지훈은 "감회가 정말 새롭다. 개봉까지 하게 될 줄 생각도 못 했는데 실제로 관객에게 '마중'을 보여줄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 우리에겐 기적과도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무엇보다 임혜영 감독은 "'마중'을 촬영할 때가 내가 영화 일을 한 지 14년째가 되던 해였다. 상업영화 스크립터 출신인데 영화를 너무 만들고 싶어서 하다 보니 이렇게 긴 시간이 흘렀다. 대게 영화감독은 작가로 출발해 연출로 데뷔하지 않나? 현실적으로 상업영화로 데뷔하기 쉽지 않았고 '마중'처럼 작은 독립영화로 시작하게 됐다. '마중'은 큰 기업에서 투자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수중에 가진 돈 1000만원으로 찍어야만 했던 저예산 독립영화였다. 제작비가 없으니 최소한의 장소에 최대한 짧게 촬영을 해야 했다. 카페 한 곳을 빌려 카메라 4대를 설치해 4회차 만에 만든 우여곡절의 작품이다. 그런 작품이 여러 독립영화제에서 초청받고 배우들이 상도 받아 뿌듯하고 기뻤다. 그런데 여기에 개봉까지 할 수 있게 돼 너무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마중'은 예매 오픈 당일 90% 예매 완료, 하루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관계자들은 개봉 당일 자리 확보를 하려 노력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았다는 후문. 개봉 이후 무대인사에서는 '마중'에 대한 관객들의 뜨거운 토론이 이어지는 등 독립영화계에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마중'에서 주연배우로 열연을 펼친 것은 물론 동시에 각본, 라인프로듀서로 활약한 차지훈은 "사실 우리 영화가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일으킬 줄 정말 몰랐다. 아무래도 남자들의 수다가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보니 남자들끼리 실제로 하는 성적 농담, 자극적인 욕설이 계속해서 나오는데 이 때문에 호불호가 강할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다. 이런 호불호 때문에 관객 반응은 더욱 반신반의했던 작품이었다. 그런데 막상 개봉해 관객을 만나보니 우리가 걱정했던 부분은 기우에 불과했다. 물론 몇몇 여성 관객은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도 있지만 관객 대부분은 미학적인 판타지가 아닌 현실적인 상황을 보여준 '마중'에 공감을 많이 하더라. 현실을 미화시키고 싶지 않았던 제작진, 배우들의 의도를 잘 알아줘 너무 감사했다. 특히 남성 관객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더라. '나에게도 이런 친구들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젖어 영화를 관람해준 것 같아 만든 사람으로서 정말 행복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마중'은 배우들과 그들의 지인들이 겪은 일을 영화 속에 녹여냈다.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내 친구의 이야기였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작위적인 판타지가 아닌 현실적인 드라마를 펼쳐낼 수 있었다고. 하지만 이런 팀워크 사이에서도 영화 초반엔 남다른 견제가 있었다는 차지훈이다.

그는 "다들 연기가 고픈, 간절한 친구들이다. 그래서 열정이 정말 넘쳐 흘렀고 이런 열정이 모여 '마중'에 담긴 것 같다. 우리의 촬영 방식은 임혜영 감독이 큰 상황을 던져주고 배우들끼리 디테일한 상황을 만들어 연기하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즉흥 연기도 많이 하고 애드리브도 많았다. 초반에는 어렵게 캐스팅된 작품이라 주목받고 싶어 욕심을 낸 배우도 있었고 오히려 그 반대로 묻히는 배우들도 있더라. 다행스럽게도 촬영을 하면서 서로 합도 잘 맞아 들었고 균형을 찾아갔다. 내 경험담을 더 잘 어울리는 배우에게 주기도 하면서 팀워크를 쌓은 것 같다. 최근 개봉 이후 GV(관객과의 대화)를 했는데 그때 '마중'의 한 배우가 이 작품을 통해 얻은 의미로 '7명의 친한 친구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 말이 참 깊게 와닿았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임혜영 감독은 "아버지께서 나이 70세에 대학교에 입학하셨다. 만학도이신데 대학 동기들이 모두 20대 초반의, 한마디로 자녀뻘 동기들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딸이 만든 영화가 개봉한다며 대학 동기들에게 자랑하셨다고 한다. 내가 같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할 땐 안 가셨는데 알고 보니 나중에 대학 동기들을 모두 데리고 극장에 가서 단체 관람을 하셨다고 한다. 아버지가 영화 초반 등장하는 직설적인 남자들의 수다에 많이 당황하셨고 창피하셨다고 하더라. 상영 중간 나가야 하나 싶을 정도로 부끄러우셨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사연이 공개되면서 몰입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 14년째 영화 일을 해왔는데 처음으로 아버지께 '네 영화 감명 깊게 잘 봤다'라는 평을 받았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느낀 감동과 뿌듯함, 감사함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차기작으로 음악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 역시 '마중'처럼 작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