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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토프 생생 리포트]'울보' 손흥민의 마르지 않는 눈물, 그는 외롭고 월드컵이 무섭다(영상)

'국민 울보' 손흥민(26·토트넘)은 이번에도 울음을 참지 못했다. 실망했을 국민을 생각하다 꾹꾹 눌러 참았던 눈물보가 터졌다. 라커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위로와 격려를 받고 또 울컥했다. 그리고 고개숙인 태극전사 동료들을 보면서 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한국 축구 월드컵대표팀은 24일 새벽(한국시각)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벌어진 북중미 강호 멕시코와의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서 1대2로 아쉽게 졌다. 전반 26분 장현수의 핸들링 반칙으로 내준 PK골에 이어 후반 21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일명 치차리토)에게 쐐기골을 내줬다. 한국 축구 최고 스타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포로 한 골을 따라붙었지만 시간이 부족해 패하고 말았다.

2패의 한국은 승점 0점으로 F조 최하위(4위)에 머물렀다. 멕시코는 2승, 승점 6점으로 남은 한 경기에 관계없이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독일은 이날 스웨덴을 극적으로 2대1로 제압, 1승1패(승점 3)로 스웨덴(1승1패)과 동률을 이뤘다.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자력으로는 안 된다. 그 만큼 위기의 신태용호는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 마지막 3차전(27일 오후 11시)에서 만난다.

손흥민은 4년전 브라질월드컵에서 막내로 첫 본선에 출전했다. 대선배 박주영의 공격 파트너였다. 첫 러시아전(1대1)에서 슈팅 미스로 득점에 실패했다. 두번째 알제리전(2대4 패)에선 한골을 넣었지만 대패로 빛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벨기에전(0대1 패)에서 무득점, 패배와 조별리그 탈락이란 쓴맛을 봤다. 손흥민은 분했다. 자신의 실수가 자꾸 떠올랐다. 노랗게 머리를 염색한 22세 청년으로 경험이 부족하며 어렸다. 그는 정말 펑펑 눈물을 쏟았고, '울보'라는 애칭이 붙었다.

4년의 시간이 흘렀고,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세계 최고 무대 EPL로 옮겼다. 소속팀 토트넘에서 두 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빅리그 A급 공격수로 성장했다. 그의 선수 가치가 1000억원을 넘어섰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손흥민은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 본선에만 나가면 맘먹은 대로 안 된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사과를 자주 해야 한다. 간판 공격수로 많은 득점을 해주지 못해 동료와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것이다. 이름값이 높은 그에게 거는 기대감의 무게를 잘 알고 있다. 멕시코에 패한 손흥민은 미안한 마음을 전하다가 울음이 터졌다. 그는 경기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안 울려고 노력했다. 나보다 어린 선수들도 있고 위로해줘야 하는 위치라 내가 눈물을 보여선 안됐다. 그러나 인터뷰할 때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고 조금만 더 했다면 좋은 모습 보였을 것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태극전사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손흥민 뿐만 아니라 멕시코전을 마치고 장현수 이 용 등 주축 수비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스웨덴과의 1차전(0대1 패)을 마치고는 PK골을 내준 수비수 김민우가 오열하고 말았다. 매 경기 태극전사들이 패배 후 울음바다를 만들고 있다.

손흥민은 또 "월드컵 무대가 무섭다"고 했다. 그는 "잘 준비해도 부족한 게 월드컵 무대다. 아직도 경험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4년 후에 똑같은 말을 할 것 같다. 아직도 겁이 난다"고 했다.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독일과 마지막 경기에 대해선 "나라를 위해 죽기살기로 해야한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부상자(권창훈 김진수 김민재 염기훈 이근호)가 많았던 것이 아쉽다. 손흥민을 덜 외롭게 했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로스토프(러시아)=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