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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환의 로스토프 인사이드]신은 참 가혹했다, '욕받이' 장현수를 어찌할꼬

신은 가혹했다. 태극전사 장현수(FC도쿄)에게 다시 크나큰 고통이 떨어졌다. 장현수는 핸들링 반칙을 범했고, 그게 PK 실점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서 멕시코에 1대2로 졌다.

중앙 수비수 장현수는 멕시코전에서 선발 출전했다. 전반 24분 멕시코 주장 과르다도의 크로스를 막기 위해 태클을 했고, 그 과정에서 손에 공이 맞았다. 주심(마지치)은 주저없이 PK를 찍었다. 한국은 후반 21분 에르난데스(일명 치차리토)에게 추가골을 내줬고,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 한골을 만회했지만 동점골까지는 뽑지 못하고 졌다.

섭씨 33도 불볕더위에서 모든 걸 쏟아부은 대부분의 태극전사들은 종료 휘슬이 울리고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장현수는 오열했다. 오른쪽 풀백 이 용도 눈시울을 붉혔다. 4년전 브라질월드컵에서 펑펑 울었던 손흥민도 다시 '울보'가 돼버렸다.

장현수는 심정 고통이 컸다. 그는 스웨덴과의 1차전 후 인터넷 상에서 맹비난을 받았다. 일부 축구팬들은 당시 박주호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어진 패스를 했던 선수와 김민우 PK골(VAR 비디오판독)이 시발점이 모두 장현수라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장현수를 희생양 삼아 마녀사냥식 비판을 쏟아냈다. 장현수는 심적 고통이 컸고,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웃음을 되찾았다.

그런 장현수가 다시 PK골을 내주고 말았다. '하필 왜 장현수냐'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이영표 KBS해설위원은 장현수의 태클 타이밍이 잘못 됐다고 꼬집었다. 장현수는 치차리토의 두번째 골을 막는 과정에서도 마지막 수비수였다. 태클을 했지만 차치리토는 장현수를 제친 후 슈팅해 우리 골망을 흔들었다. 역시 장현수의 태클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신태용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장현수의 수비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태클하지 말고 바깥쪽으로 몰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우리 수비수들이 몸을 던져서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장현수는 경기 후 믹스트존을 지나가지 않고 '패싱'했다. 대개 모든 선수가 믹스트존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경기 후 소감을 밝히게 돼 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장현수를 선수 보호 차원에서 믹스트존에 내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태극전사들은 장현수를 위로했고, 또 보호했다. 중앙 수비 호흡을 맞춘 김영권은 "현수 태클에 공이 와서 맞은 것이다"고 말했다. 핸들링 반칙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 축구의 간판 스타 손흥민은 라커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격려 방문 때 목놓아 울었다. 그는 "라커룸에서 우리 동료들을 보는데 참았던 눈물이 다시 흘렀다. 왜 하필 현수형인지 너무 안타깝다. 우리 수비수들이 모두 열심히 하다 그런 일이 벌어졌다. 너무 비난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현수가 지금 상태에서 마지막 독일전에 출전할 수 있을까. 1~2차전을 통해 장현수는 평생 받을 비난을 다받을 수도 있다. 국가대표를 지낸 한 축구인은 이렇게 말한다. "장현수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고통의 시간이 잘 극복하면 더 큰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장현수의 수비 파트너 김영권도 지난해 후반기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는 걸 잊지 말자. 로스토프(러시아)=스포츠2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