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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켈리의 부진 일시적 현상인가, 침체의 신호인가

SK 와이번스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는 올해로 벌써 4년째 KBO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2015년 SK에 입단한 뒤 올해까지 104경기를 소화했고, 통산 42승(29패)을 기록 중이다. 베테랑 외인선수라 할 수 있다. 팀내에서는 이런 켈리를 사실상 에이스로 대우한다. 김광현은 수술 여파로 집중 관리를 받아야 하고, 산체스는 선발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켈리가 에이스다.

그런데 올해 들어 켈리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6승으로 팀내 다승 공동 2위를 형성하고 있긴 한데, 평균자책점이 5.22나 된다. 과거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이 잘 보이지 않고 있다. 구위 자체도 약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19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이런 켈리의 안좋은 모습이 극단적으로 나왔다. 이날 켈리는 2이닝 만에 6안타(1홈런)에 4볼넷으로 6실점했다. 1회는 삼자범퇴 무실점으로 막았다가 갑자기 2회에 전혀 다른 투수가 되고 말았다.

이유가 뭘까.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20일 삼성전을 앞두고 전날 켈리의 부진 이유로 '세트 포지션에서의 제구력 난조'를 지적했다. 그는 "켈리가 출발은 좋았다. 스트라이크존 양쪽 코너를 활용한 제구가 좋았다. 그런데 2회 선두타자 홈런 이후 볼넷을 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주자를 내보낸 이후 와인드업에서 세트 포지션으로 바꾼 뒤 제구와 릴리스 포인트가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듣기에는 그럴 듯한 설명 같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결국 세트 포지션 때문에 밸런스가 흐트러졌다는 뜻인데, 이런 현상은 신인투수 혹은 KBO리그에 처음 온 외인 투수들이나 겪는 문제다.

하지만 켈리는 신인 투수가 아니다. 또 KBO리그에서만 100경기 이상 소화하면서 팀내 에이스 취급을 받는 외국인 투수다. 와인드업 포지션과 세트 포지션을 수도 없이 오가며 경력을 쌓아왔다. 지금까지 켈리가 세트 포지션에서 갑자기 제구력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 적은 없다. 아예 처음부터 컨디션이 나빠서 난타를 당한 적은 있어도 세트 포지션이 문제가 된 적은, 최소한 외부에 알려진 바로는 없다. 그래서 힐만 감독의 설명은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때문에 켈리의 부진은 세트포지션에서 온 문제라기 보다는 기량 자체의 저하로 봐야할 듯 하다. 역대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과 WHIP 등의 지표가 나타내는 건 결국 켈리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결국 삼성전과 같은 급작스러운 몰락이 언제든 또 나올 수도 있을 듯 하다. SK 벤치의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