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유상증자 무산', 해결점 안보이는 히어로즈 지분 문제

넥센 히어로즈의 지분을 둘러싼 분쟁이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이장석 전 대표 측이 주도한 유상 증자 시도가 법원 판결에 의해 최종 무산되며 지분 분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건 이전까지와 마찬가지로 이렇다 할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상태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핵심은 이런 상태가 유지될수록 히어로즈 구단의 미래도 역시 점점 암울해진다는 데 있다.

▶법원의 늦은 판단, 왜?

서울 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8일 히어로즈 구단의 일부 주주(박지환, 조태룡 등)가 제기한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최근 히어로즈 구단이 추진하던 유상 증자가 곧바로 무산됐다. 법원 측은 이번 유상 증자의 목적이 구단 운영자금 확보용이라는 구단과 이 전 대표측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유상 증자가 대주주, 즉 이 전 대표의 지배권 유지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고 해석한 끝에 가처분 신청을 수용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이 전 대표측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나 법원의 판결이 유상 증자 대금 납부 마감일(19일) 하루 전에 발표되면서 혼란이 더욱 커졌다. 당초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가부간의 결과가 더 빨리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불과 지난 주말까지도 법원 측에서는 이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구단 측은 유상 증자가 그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지난 주말 "유상 증자에 대해 이 전 대표측과 반대파 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법원에서도 선뜻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 법조 관계자에게 문의했더니 보통 이런 경우에는 법원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유상 증자는 일정대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남부지법이 돌연 18일에 가처분 신청을 수용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양 측의 의견이 강력히 맞서던 터라 최대한 신중하게 사안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판결이 늦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어쨌든 법원은 유상 증자 대금 납부일 이전에 판결을 내려 향후 또 다른 분쟁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다시 원점으로, 진흙탕 지분 문제

결과적으로 이 전 대표가 주도한 유상 증자 시도는 약 한 달여 만에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번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판결이 복잡하고 지저분하게 얽혀있는 히어로즈 구단의 지분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아니다. 여전히 복잡하게 꼬인 문제가 남아있다.

복잡한 지분 문제의 핵심 요인은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이 받아야 할 '지분 40%(16만4000주)'를 과연 법적으로 누가 줘야 하는가에서 발생했다. 홍 회장 측은 당연히 이 전 대표가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초에 20억원을 빌리면서 지분 제공을 약속한 사람이 이 전 대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률적 판단에서는 홍 회장에게 지분을 제공해야 하는 건 이 전 대표 개인이 아닌 '주식회사 서울 히어로즈' 법인이다. 이게 법원의 최종 판단이었다. 하지만 정작 '히어로즈 법인'은 자사 주식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홍 회장에 줄 것이 없다. 또 이 전 대표 역시 개인 지분을 홍 회장에게 줄 법적 의무가 없다. 이런 이유로 지분 문제를 둘러싸고 계속 팽팽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 역시 이 전 대표의 꼼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유상 증자' 카드는 이 전대표가 일거양득을 노리고 꺼내든 것이었다. 운영자금 마련의 목적도 없진 않겠지만, 핵심은 이 전 대표의 지배권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홍 회장이 결국은 받아야 하는 16만4000주의 영향력을 희석하는 데 있었다. 법원도 이런 점을 들어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수락한 것이다.

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히어로즈의 총 주식량(41만주)과 지분 비율은 종전과 같이 유지되게 됐다. 그리고 여전히 홍 회장과 이 전 대표간의 답 없는 줄다리기도 계속된다. 법률적으로는 여기서 더 이상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현재로서 이 문제가 해결 되려면 둘 중 하나 뿐이다. 하나는 이 전 대표가 갑작스러운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신의 소유 주식 중 16만4000주를 홍 회장에게 선뜻 주는 것. 다음으로는 홍 회장이 지분 수령을 포기하고 이 전 대표측이 제시하는 원금(20억원)과 그에 대한 이자 비용만을 받고 이 일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두 방법 모두 실현 가능성은 극히 낮다. 결국 진흙탕 싸움이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