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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레전드 최순호 '우리는 최약체, 무모하게 부딪쳐야 한다'

"있는 그대로 부딪쳐야 한다."

한국 축구 '레전드 공격수' 최순호 포항 스틸러스 감독(56)이 생각하는 월드컵은 어떨까.

최순호 감독은 역대 최고의 공격수로 손 꼽힌다. 그는 지난 2013년 K리그 30주년을 맞이해 선정한 '레전드 베스트11' 공격수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최 감독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1983년 멕시코 청소년 월드컵 4강 진출의 주역이었으며, 1986년 멕시코 월드컵,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대표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월드컵 본선 두 번의 대회에서 1골-3도움을 기록했다. 최 감독은 청소년 시절부터 이탈리아 등 강팀을 상대로도 기죽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다.

최 감독은 지난 21일 시청에서 열린 월드컵 대표팀 출정식에 참가해 후배들에게 아낌 없는 조언을 보냈다. 현역 공격수들과 함께 출정식에 선 최 감독의 감회도 남달랐다. 그는 "시청에서 생각을 해보니 우리가 월드컵 본선에 처음 나간 이후 64년째다. 1954년에 처음 나가고 32년 만에 본선에 진출했다. 그리고 또 32년이 지났다. 사실상 1986년이 처음 진출한거나 마찬가지인데, 쭉 생각해 보니 참 오래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월드컵의 추억을 묻자 최 감독은 "우리 월드컵 추억이야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라고 했다. 그는 "1970년대 후반부터 본선 무대에 가까워졌다. 1982년에는 마지막 최종 예선에서 쿠웨이트에 져서 떨어졌다. 1986년에는 일본과의 최종 예선을 이기면서 분위기가 엄청 났다. 축구를 하면 좋은 팀에 가고 싶고, 국가대표가 되고 싶고, 이후에는 경기에 나가고 싶고, 그러면 또 월드컵에 나가고 싶어진다.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선수도 많지는 않다. 두 번의 월드컵은 축구 인생을 살아가는 데 엄청난 경험이었다. 영광스러운 자리다. 이렇게 나이 들어서도 인터뷰 요청을 받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며 미소 지었다.

한국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1986년 1무2패의 성적을 거뒀다. 아르헨티나에 1대3, 이탈리아에 2대3으로 석패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최 감독은 "지금은 스태프가 많은데, 우리는 달랑 선수 22명에 감독, 코치들이 있었다. 의무라고 해봐야 한의사 한 분이 계셨다. 그렇게 대회를 치렀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 당시 다른 국가의 몇몇 선수들만 알았다. 잘한다는 것만 알았지, 정말 어느 정도인지는 몰랐다. 직접 해보니 확실히 달랐다. 아시아에선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했지만, 최고의 탐들을 상대로는 마음대로 안 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최 감독은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중압감도 없었다. 그는 "다른 선수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둔한 편이다. 중압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 똑같은 1경기라 생각했다. 겁 먹으면 안 좋으니까 그냥 있는 그대로 경기를 했다. 컨디션이 조금 안 좋았을 때를 빼고는 드리블, 패스 등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까마득한 후배들에게도 그 경험을 강조한다. 유럽팀에 강했던 비결을 묻자 "덤덤하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사람의 한계는 누구도 모른다. 전력상 부족해보여도 월드컵에선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의외성이 있다. 마음 자체도 밋밋하면 안 된다. 그냥 부딪치는 거다"라고 답했다. 이어 최 감독은 "사실 조심스럽게 하는 건 상대와 비슷한 수준일 때의 마음 자세라 생각한다. 어차피 우리는 4번 포트에 속해있고, 다른 3팀이 모두 낫다는 의미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붙어야 한다. 실제 2002년에도 그런 도전 정신으로 성과를 냈다. 1983년 멕시코 청소년 대회에서도 그런 스타일이었다. 무모할 정도로 도전하는 게 없으면 월드컵에선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이 꼽는 이번 월드컵의 포인트는 단연 수비다. 그는 "일단 기성용의 경험과 손흥민의 레벨이 중요하다. 손흥민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간 선수다. 여기에 황희찬과 어린 선수들의 패기가 보인다. 다만 수비 불안을 어떻게 보완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것이다. 토너먼트 대회에선 수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