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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화재 연기 괜찮다더니 뒤늦게 '대기 질 심각'…뒷북 행정

사흘 가까이 진화작업이 이뤄진 인천항 화물선 화재와 관련, 인천시의 미숙한 행정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인천시는 화재 발생 초기 수많은 시민이 매캐한 연기 때문에 고통을 호소할 땐 대기 질이 기준치 이내라고 했다가, 화재 발생 6일만인 27일에야 심각한 악취가 있었음을 뒤늦게 시인했다.
인천시는 화재 첫날인 21일 인천항 주변의 일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가 377㎍/㎥로, 다른 비교지점 53㎍/㎥의 7.1배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27일 밝혔다.
두통·매스꺼움 등 시민 불편과 관련된 복합악취는 화재 현장이 기준치의 45배, 1.5km 떨어진 동인천역은 기준치의 8배에 이를 정도로 심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납(Pb)·카드뮴(Cd)·크롬(Cr) 등 중금속 성분도 작년 평균치의 4.6∼24.8배에 달했다.
이번 화재 때 악취가 심했던 이유는 화물선 내부 선적 중고차 2천438대 중 1천460대가 불에 완전히 탔기 때문이다.
차량 타이어·시트·연료가 타면서 화재 현장 주변인 중구는 물론, 10km 떨어진 연수구·남동구까지도 고무 타는 냄새가 온종일 진동했다.
이 때문에 화재 당일 119소방상황실에는 200여건의 악취 신고가 접수되고 인천시에도 100여건의 민원이 빗발쳤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두통과 매스꺼움을 호소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인천시는 그러나 화재 발생 다음 날 보도자료에서 "21일 18시를 기준으로 측정한 신흥·송림·송도지역의 대기오염 정도는 기준치 이내로 나타났다. 22일 13시 기준으로도 보통 수준"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자료를 냈다.
인천시는 이 밖에도 화재 초기부터 안일하고 미숙한 대처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시가 재난 안전문자를 발송한 것은 화재가 발생한 지 3시간이 지난 21일 낮 12시 53분이다. 불이 나 이미 주변 일대가 시커먼 연기로 뒤덮이고 언론에 현장 상황이 다 보도된 뒤였다.
또 23일 오후 선박에서 매캐한 연기가 대거 배출돼 악취가 다시 진동할 때도 시당국은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시 재난상황실은 당시 외출 자제를 당부하는 재난 안전문자를 발송하고도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담당 부서에 문의해야 한다"고 답했고, 재난안전본부 담당 부서는 "중구청이 문자 발송을 의뢰해 보낸 건데 정확한 사유는 파악이 안 됐다"고 답했다.
이날 매캐한 연기가 다시 배출된 것은 소방당국이 본격적인 선내 진화작업을 위해 선박 상부 환기구를 대거 열어 선내 연기를 빼냈기 때문이지만, 인천시는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재난 대응 콘트롤타워의 역할에 의문을 남겼다.
인천시 관계자는 "첫날 대기 질 데이터 수집 때 실수가 있던 것 같다"며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 환경 위해성 영향에 대한 조사를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사흘간 계속되다가 화재 발생 67시간 만인 24일 오전 5시 5분 완전히 진화됐다. 자동차 운반선의 밀폐형 구조 탓에 열과 연기가 상당 기간 선박 내부에 지속해 진화에 어려움이 따랐다.



inyo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