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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마음 바꾼 볼턴…美 '대북 매파' 다시 힘받나

지난 77일간의 북미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뒷전에 밀려나 있는 듯하던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새롭게 입지를 굳힐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결정을 주도한 인물이 볼턴 보좌관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진지하게 검토하게 된 계기는 23일 밤 10시에 있었던 볼턴 보좌관의 보고였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 부상의 담화 내용을 보고하고 회담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자신의 정적(政敵)들에게 거친 언사를 쏟아낸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북한의 '호전적인 수사'에 크게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위협적 말들을 '매우 나쁜 징조'로 풀이하면서 이대로는 회담 성공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취소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먼저 정상회담에서 발을 빼 미국을 '안달하는 구혼자'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상황을 가장 우려했다고 한다.
이날 볼턴 보좌관과 만났던 코리 가드너 미 상원의원은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받아적도록 했다"고 전했다.
가드너 의원은 볼턴 보좌관은 이 서한을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경종(wake-up)'으로 묘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주목할 대목은 회담 취소 논의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층 내부의 심각한 의견충돌이 있었던 점이다. 특히 대북 강경론자인 볼턴 보좌관과 대북 협상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관리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볼턴이 이미 만들어진 과정을 망쳤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손을 들어줬고, 회담 취소 결정을 "뒤통수를 맞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NBC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백악관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북 강경파가 힘을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라시아그룹의 스콧 시먼과 클리프 쿱찬은 CNN에 "행정부 내 매파, 특히 볼턴 보좌관은 최근 북미가 최근 부정적 수사를 동원해 공방을 벌인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강경노선을 취하고 회담을 취소하도록 설득시키는 기회로 봤다"고 설명했다.
북미 양측 사이에 말싸움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정상회담을 재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네오콘'(신보수주의)의 이론가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대북 선제 타격론 등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냈던 인물이다. 지난달 트럼프 정부에 합류한 그는 취임 후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 '일괄타결식 해법'인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nomad@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