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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연속 히어로즈, 성폭행 의혹사태 어떻게 넘을까

악재가 끊이지 않아 이제는 '영웅 군단'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할 지경이다. 넥센 히어로즈가 또 대형 악재를 만났다. 이번에는 핵심 선수 두 명이 성폭행 의혹에 연루됐다. 주전 포수 박동원과 올 시즌부터 마무리를 맡은 투수 조상우가 경찰 조사를 받게됐다.

▶성폭행 의혹, 프로 의식은 어디갔나

일단 현 시점에서 박동원과 조상우는 피고소인 신분이다. 22일 밤에 숙소 밖에서 술을 마시다가 한 여성을 숙소로 불러들여 술자리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한 선수가 이 여성과 성관계를 했다. 이후 23일 아침 5시21분경 이 여성의 친구가 119에 "친구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사건을 맡은 인천 남동경찰서는 피해자에 대한 진술을 확보 중이다. 이후 피고소인인 박동원-조상우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게 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성폭행 사실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 피해자 본인이 아닌 피해자의 친구의 주장만 공개됐을 뿐이다. 넥센 구단 관계자도 "자체 조사에서 선수들은 '강압은 없었다'고 억울해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사실은 경찰 조사에서 밝혀지게 될 것이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넥센은 23일 박동원과 조상우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하지만 성폭행 진위 여부를 떠나 이들은 프로 선수로서의 품위 및 경기력 유지 의무를 저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당장 다음 날 경기가 있는 상황에서 밤 늦은 시간까지 숙소를 빠져나와 술을 마시고, 또 여성을 숙소로 불러와 성관계를 맺은 것은 엄연한 팩트다. 이런 행위 자체만으로도 팬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프로 의식의 부재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장석 전 구단 대표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넥센 장정석 감독은 공개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야구팬과 KBO리그 전체에 사과했다. 장 감독은 23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면서 "현장 책임자로서 팬들께 죄송하고, KBO리그 전체에도 폐를 끼쳐 사과 드린다.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동원-조상우 이탈, 팀 전력에 미칠 영향

일단 사건 조사가 최종 마무리 될 때까지 박동원과 조상우는 1군에 돌아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히어로즈 구단 전력에 큰 데미지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박동원은 주전 포수이고, 조상우는 마무리 투수다. 두 선수 모두 핵심 전력이다.

가뜩이나 넥센은 올해 계속된 주전 선수들의 부상 때문에 매 경기 힘겹게 전력을 쥐어짜내는 상황이다. 이미 서건창을 필두로 박병호 고종욱 이정후 김하성 등이 차례로 부상자 명단에 들어갔다. 그나마 현재 박병호가 복귀했지만, 아직 4명의 주전급 선수들이 재활 중이다. 여기에 박동원과 조상우마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1군에서 빠졌다. 이는 팀의 입장에서는 부상에 의한 이탈보다 몇 배나 더 큰 충격이다.

당장 23일 SK전부터 넥센 장정석 감독은 이들의 대체자를 모색해야 한다. 우선 박동원의 빈자리는 현재 1군 엔트리에 있는 백업포수 김재현이 메우게 된다. 그러나 1명의 포수만으로 경기를 치를 순 없다. 당장 2군에서 포수 자원을 불러서 김재현의 백업을 마련해야 한다. 후보는 있다. 올해 개막 엔트리에 있던 주효상이 1순위다. 실제로 주효상은 23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1군에 콜업됐다.

포수 파트보다 시급한 쪽은 대체 마무리 투수 찾기다. 비록 조상우가 올해 5개의 블론세이브를 했어도 붙박이 마무리를 맡아 9개의 세이브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보다 강력한 구위를 지닌 투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가뜩이나 불펜의 필승자원도 한정적이다. 이에 대해 장정석 감독은 23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마무리로는 김상수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수는 지난해 마무리 보직을 맡은 경험도 있다. 올해도 19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어가는 등 호투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김상수가 마무리로 가면 필승조가 헐거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핵심이다. 퓨처스리그에서 유망주를 불러와 불펜에 수혈해야 하는데 당장 필승조의 역할을 맡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문성현과 양 현, 임규빈 등이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잘 던지고 있는데 문성현은 얼마전 부친상을 치른 뒤 현재는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중이다. 당장 콜업하기는 어렵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