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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롯데 이대호 '치킨 테러' 그 후 '아내 너무 많이 울었다'

봄의 끝자락, 여름으로 향하는 롯데 자이언츠가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 개막 7연패 뒤 꼴찌로 추락했던 지난 4월 초 때와는 180도 달라졌다.

롯데 간판 타자 이대호(36)도 가슴앓이를 했다. 지난 3월 31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이 끝난 뒤 경기장을 나서는 길에 등에 치킨박스를 맞는 봉변을 당했다. 많은 팬들이 모인 자리, 성인 뿐만 아니라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순간적으로 벌어진 사건이었다. 이대호가 할 수 있는 일은 뒤를 힐끗 돌아보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선수이기 이전에 가장이자 아빠인 그의 마음엔 응어리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이대호는 "괜찮다. 진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 일처럼 롯데를 안타까워 하는 분들의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많은 팬들이 보고 계신 상황에서 내가 대응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대호는 "사실 나도 그 때 많이 힘든 상황이었다. 팬들보다 내가 열배, 백배 힘들지 않았겠나"라며 "하지만 팬들 마음도 이해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당시 그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성적이 좋아졌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 사건'이 전환점이 됐느냐는 물음에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대호는 "그런 일이 있으면 나보다 가족들이 더 상처를 받는다. 가족들에게 더 미안해지게 된다. 솔직히 내 팬이라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를 더 구렁텅이로 모는 거 아닌가. 슬럼프라던지 정신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자제를 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또 "그 사건 뒤 아내가 너무 많이 울었다. 나는 롯데를 위해 복귀했다. 아내가 (사건 뒤)울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더라. 5년 동안 해외서 외국인 선수로 뛸 때는 그저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가족들이 정말 많이 힘들었다"고 아쉬워 했다. 그러면서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나 뿐만 아니라 보고 계신 팬들도 화가 많이 나실 것"이라며 "나도 가정이 있고 자식이 있는 부모다. 만약 내 아이가 커서 (그런 장면을) 봤다면 얼마나 상처를 받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는 4월 10일 넥센 히어로즈전 승리를 시작으로 반등에 성공해 4위까지 올라섰다. 극도로 부진했던 이대호도 타격감을 회복하면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이대호는 "시즌 초반 너무 안 좋았기에 선수들, 팬 모두 당황했을 것이다. 끝자락이 아니기에 꾸준히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뒤집어질 것으로 봤는데 좋은 흐름을 이어가 기분이 좋다"고 했다.

벼랑 끝에 섰던 이대호와 롯데는 보란듯이 재기했다. 이대호는 '가을야구 그 이상'을 꿈꾸고 있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았다. 차근차근 꾸준히 승수를 쌓아가다보면 이룰 수 있지 않겠나. 꾸준히 안타를 만들어내면서 올 시즌 팀을 이끄는 선수가 되고 싶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