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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무지가 빚은 촌극?..'전참시 논란' 11일 조사가 남긴 궁금증 셋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MBC 진상조사위원회가 '전지적 참견 시점'이 빚은 세월호 화면 논란에 대해 고의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대중은 고개를 갸웃하는 반응이다.

지난 5일 사고 발생 직후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는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M라운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자들을 조사한 결과 '어묵=세월호 조롱 단어'를 인지하지 못한 책임자의 단순 실수라고 결론 내렸다. 방송 윤리를 위반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징계위에 관련자를 회부하고 프로그램은 지속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며 외부인을 참여시켜 11일간 국민의 관심을 끈 조사 치고는 다소 맥빠지고 의문점이 남는 결론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러 의문 가운데 가장 많이 제기되는 세 가지를 꼽았다.

▶ 제작진 진술 신뢰성은?

'전지적 참견 시점'은 지난 5일 방송에서 이영자의 어묵 먹방을 전하면서 MBC 뉴스 속보 화면을 활용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을 넣어 방송했다. 그런데 하필 화면이 세월호 사고 당시 속보 보도 화면이었다. 제작진은 아나운서 뒷배경인 침몰하는 세월호 사진을 지우고 이영자의 사진과 문제의 자막을 삽입해 세월호 참사를 희화화했다며 논란을 샀다. '어묵'은 일베 등 극우성향의 네티즌 사이에 세월호를 조롱하는 단어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조사위는 가장 중요한 쟁점인 고의성 여부에 대해 제작진의 진술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조연출의 진술을 들어보니 조연출이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조연출은 FD에 상황에 맞는 자료를 요청하면서 '세월호 참사 보도 자료를 달라'가 아닌 '속보에 관련된 자료를 달라'고 했다.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지만 "만일 문제가 되더라도 시사회에서 편집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조연출이 처음부터 세월호 자료를 요청했다면 고의성을 인정할 만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법률적으로 미필적 고의로도 보기 힘들다는 것이 조사위 결론이다. 또한 이런 진술 과정을 제작진이 모두 참여한 카카오톡 창을 확보해 검증했고 조연출을 오랫동안 겪은 지인들의 평을 통해 정확성을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조사위는 일각에서 제기된 제작진의 일베 회원설에 대해서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한 최대로 조사했고 일베로 판단될만한 지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재발 방지 대책은?

조사위 역시 재발 위험성을 염두하고 고민했다. 조사위는 "게이트 키핑을 강화하는 방식, 자료 사용에 대한 키핑을 해당 부서에서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하겠지만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언론인으로서 책임의식을 갖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조연출은 세월호 참사 보도이지만 이를 사용했을 때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PD나 다른 관계자들도 다른 대목을 집중해 당시 화면을 발견하지 못했다. 웃음을 전하는 프로그램에서 사회적 참사를 다뤘다는 것만으로 방송 윤리를 어긴 것인데 이런 것에 대한 인지가 없었다. 단순 사고나 시스템의 실패로만 규정돼서는 안된다. 책임을 통감하며 가슴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재발 위험을 재차 강조했다.

▶왜 11일이나 걸렸나?

앞서 언급했듯 '전지적 참견 시점' 논란에 대해 조사위는 9일부터 지난 14일까지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함과 동시에 현장에 직접 나가 편집 과정을 검토했다. 이후 내용을 세월호 참사 가족들과 공유한 뒤 이틀 뒤인 16일 언론에 공식 발표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 대한 시청자의 실망과 분노가 큰 상황에서 MBC는 무려 11일간 사건을 끌었던 것. 이에 MBC 홍보팀은 "조사위가 결성되고 면밀히 조사에 들어갔지만 1차 조사 이후 혹시나 미진함이 없었는지 2차, 3차에 걸쳐 검증하느라 발표가 늦어졌다"고 밝혔다. MBC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 사건의 내막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지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조사위 발표에는 조사위 위원장인 MBC 기획편성국 조능희 본부장을 비롯해 오세범 변호사, MBC 경영지원국 고정주 부국장, MBC 예능본부 전진수 부국장, MBC 편성국 이종혁 부장, MBC 홍보심의국 오동운 부장이 참여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