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요르단Live]'北기적골'장슬기의 필리핀전 사이다골! 월드컵 꽃길 열었다

윤덕여호의 '공격하는 수비수' 장슬기(24·인천현대제철)가 대한민국 여자축구 사상 첫 2회 연속 월드컵 '꽃길'을 활짝 열었다.

장슬기는 17일 오전 2시(한국시각) 요르단 암만인터내셔널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요르단여자축구아시안컵 5-6위전 필리핀전에서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34분 통렬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을 열어젖혔다. 5대0 대승의 시작점, 열릴 듯 열리지 않던 월드컵으로의 문이 드디어 열리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장슬기의 선제골 이후 전반 추가시간 이민아의 쐐기골, 후반 11분 임선주의 추가골, 후반 21분, 후반 39분(PK) 조소현의 멀티골이 쏟아졌다.

장슬기는 지난해 4월 7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요르단 여자아시안컵 예선 B조 남북전 후반 31분 짜릿한 동점골로 1대1 무승부를 이끌며 조1위 요르단행을 이끈 '바로 그' 선수다. 북한전에서 기어이 승점을 따내며 한국은 3승1무, 골 득실로 북한을 누르고 '월드컵 티켓'이 걸린 요르단 여자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요르단아시안컵에서 '경우의 수' 불운으로 필리핀과의 5-6위전, 최종전까지 월드컵의 운명을 미룬 윤덕여호에서 장슬기가 또다시 결승골을 터뜨리며 해결사로 나섰다.

1994년생 장슬기는 한국 여자축구의 황금세대다. 여민지, 이금민, 이소담과 함께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 우승을 시작으로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 우승, 2014년 FIFA 20세 이하(U-19) 월드컵 8강을 이끌었다. 2013년 AFC U-19 챔피언십 득점왕(8골) MVP 출신이다. 힘겨운 시간도 있었다. 실업 첫해인 2015년 낯선 일본 고베아이낙에서 동료들의 캐나다월드컵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생애 첫 프랑스월드컵 출전이 누구보다 간절했다.

이번 대회 4경기 연속 선발로 나선 풀백으로 나선 장슬기의 왼쪽 측면은 빠르고 단단했다. 사이드에서 호주와 일본의 세계적 공격수들을 상대로 한치도 밀리지 않았다.

투혼의 장슬기는 명실상부 멀티플레이어다. 중앙, 측면, 공격, 수비를 모두 소화한다. 공격본능을 갖춘 풀백이자, 수비도 잘하는 측면 공격수다. 좌우 사이드백, 좌우 윙어, 최전방까지 모두 소화해낸다. 소속팀 현대제철에서는 공격수, 대표팀에서는 수비수다. 윤 감독은 전력의 핵심인 풀백 고민속에 다재다능한 장슬기를 믿고 썼다. "슬기는 만능이다. 참 좋은 선수다. 평소에는 천진난만한 소녀인데 그라운드에서는 악바리다. 공격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는데, 수비만 시키는 게 아깝다. 전문 풀백들의 부상을 정말 잘 메워주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지난해 키프로스컵 이후 체력과 담력, 기술을 두루 갖춘 장슬기를 수비수로 활용해왔다. 어느 포지션에서 서든 웃는 얼굴로 자신의 100%를 쏟아냈다.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윤 감독은 '해결사' 장슬기에 대한 질문에 외신기자 등 취재진 앞에서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 장슬기 선수는 지난해 북한전 동점골로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다"면서 "물론 장슬기 선수가 득점을 했지만 많은 선수들과 함께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장슬기는 2010년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우승멤버다. 우승을 위해 좋은 역할을 했던 선수다. 재능이 많다. 공격, 수비 어느 포지션에서도 자기 역할을 해내는, 감독으로서는 정말 좋은 선수다. 팀이 어려울 때 해주는 선수다. 오늘도 힘든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어주면서 분위기가 살아났다. 5대0 승리의 기틀을 만들어줬다. 고맙게 생각한다."

'공수만능' 장슬기가 간절했던 프랑스월드컵의 길을 스스로 열었다. 한국은 호주, 일본, 베트남과의 조별예선 3경기에 이어 4연속 무실점으로 요르단아시안컵 5위, 사상 첫 2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확정했다. 2003년 미국월드컵, 2015년 캐나다월드컵에 이어 사상 첫 2회 연속, 역대 세번째 2019년 프랑스월드컵에 나선다.

요르단 입성 후 장슬기의 일성은 "1년전 북한에서 그렇게 해냈는데, 여기서 무너질 순 없죠"였다. 마지막 필리핀전, 투혼의 그녀가 결국 해냈다. 장슬기의 통렬한 선제 결승골은 대한한국 여자축구의 희망이었다. 암만(요르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