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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ACL 16강행 필수조건…'김은선+깡패'

'김은선을 업고 깡패가 되자.'

수원 삼성이 다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K리그1에서 반등에 성공한 안도감은 잠시 내려놓고 벼랑 끝 매치에 올인해야 한다.

17일 오후 7시 일본 가시마 사커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H조 조별리그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최종전이다.

현재 2승1무2패(승점 7)로 가시마(2승3무·승점 9)에 이어 2위인 수원은 무조건 승리해야 16강 티켓을 거머쥔다. 3위 시드니FC(승점 5)가 상하이 선화(중국)와의 홈경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수원이 비겨 승점 8점 동률이 될 경우 승자승-상대전적에서 밀려 탈락하게 된다.

2018년 ACL에 참가중인 K리그 '빅4' 가운데 전북과 울산은 16강행을 조기에 확정했고 제주는 조기 탈락이라 최종전 부담은 없다. 유일하게 수원이 마지막까지 목을 매는 형국이다.

수원은 지난 2년(2016, 2017년) 연속 ACL 조별리그에서 최종전 순위경쟁까지 갔다가 아쉽게 탈락한 아픈 기억이 있다. 3년 만의 16강을 위해 적지로 날아간 수원. 꿈을 이루기 위한 필수조건이 있다.

▶김은선 효과를 믿어라

미드필더 김은선(30)은 올시즌 수원에 애잔한 존재다. '캡틴'으로서, 팀내 최고의 공-수 연결고리로서 검증된 베테랑이지만 계속된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김은선의 부상 결장은 팀을 '들었다 놨다'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필 김은선이 그라운드에 '있고, 없고'에 따라 결과도 판이하게 달라졌다. 지난 3월 1일 전남과의 리그 개막전에 선발 출전했던 김은선은 전반 38분 무릎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고, 이후 수원은 1대2로 패했다. 이어 7일 열린 ACL 상하이 선화와의 경기에서는 김은선이 결장한 가운데 1대1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시즌 개막 후 연속 무승에 빠졌던 수원은 김은선이 부상 복귀해 치른 대구와의 2라운드(3월 10일)와 상하이 선화 원정 리턴매치(3월 13일)에서 나란히 2대0으로 완승했다. 3월 18일 포항과의 3라운드에서 김은선이 또 부상을 해 실려나간 지 5분 만에 실점했던 수원은 후반 41분에야 힘겹게 동점골을 뽑아내며 가까스로 무승부를 만들었다. 이후 3주 간 빠졌던 김은선이 지난 14일 상주전에 복귀해 건재함을 과시하자 수원은 올시즌 처음으로 연승을 달렸다. 수원은 현재 앞선 공격라인에서는 한 번 해볼 만하다. 데얀, 염기훈이 로테이션으로 체력을 비축했고 바그닝요가 골감각을 회복했다. 무엇보다 3년차 백업 공격수 김건희가 확연하게 청신호를 보였다. 이번 가시마 원정에 동행한 김건희는 올해 ACL 조별리그 첫 출전이 유력하다. 이제 부상 이탈이 많은 뒷선에서 돌아온 김은선이 중심을 잡고 '필승 법칙'을 입증하면 된다. 최성근이 경미한 부상으로 빠졌기에 김은선의 복귀는 더욱 반갑다.

▶'원정깡패'의 기운을 살려라

수원은 지난 14일 상주와의 7라운드에서 홈경기 첫 승(2대1)을 하기 전까지 '원정깡패'란 소리를 자주 들었다. 원정 떠나서는 잘 이기는데 정작 홈팬 앞에서 승리를 안겨주지 못해 붙은 별명이었다. 사실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홈에서 무기력했던 경기력을 조롱하는 의미가 더 컸다. 상주전 승리로 '원정깡패'란 수식어는 줄어들겠지만 이번 가시마 원정에서 만큼은 다시 한번 꺼내들 필요가 있다. 수원은 이번에 일본 원정에서의 '불패 행진'을 이어가야 한다. 수원은 서정원 감독 부임(2012년 12월) 이후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대회에서 일본 원정 2승2무로 패한 적이 없다. 서 감독 부임 이전 5차례 일본 원정에서 2무3패였던 '흑역사'와는 비교가 안된다. 서 감독도 "일본에 가서 패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점을 살려서 잘 준비한다면 16강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원정깡패'는 달갑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기분좋은 일이다. 수원은 시드니FC와의 조별리그 첫경기 원정에서 2대0으로 승리하며 '호주 원정=불패' 공식을 이미 입증한 바 있다. 수원이 최근 홈에서 되레 시드니FC전 1대4로 패한 사실을 떠올릴 때 역으로 ACL 원정 불패 기운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다. 이제는 일본에서 기분좋은 '깡패'로 변신하는 일만 남았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