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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단독3위 한화, 한용덕 야구에 팬들이 환호하는 이유

한화 이글스가 단독 3위로 점프했다. 지난 주 2083일 만에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3연전 스윕을 했고, 삼성 라이온즈를 맞아 위닝시리즈(2승1패)를 가져갔다. 지난 주 6경기에서 5승1패. 상승 분위기에서 선두 두산 베어스와 주중 3연전을 치르게 됐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15일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그저 놀랍다. 더그아웃 분위기가 무척 밝아졌다"며 환화게 웃었다. 팬들은 시즌 초반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한화를 바라보며 놀라움과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년 연속 가을야구와 인연이 없었던 한밭벌에 변화 바람이 분다.

지난달 29일 한화는 시즌전부터 2승2패를 거둔 뒤 NC 다이노스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선발 김민우가 2회 NC 손시헌에게 헤드샷을 날려 퇴장된 뒤 송은범이 4⅓이닝 무실점 호투를 했다. 1-0으로 앞선 8회말 위기에서 한 감독은 마무리 정우람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결국 불펜요원 심수창이 최준석에게 결승 3점홈런을 맞았다.

불안함은 사령탑이 먼저 느끼게 마련이지만, 한용덕 감독은 스스로 조급하지 않으려 했다. 며칠 뒤 한 감독은 "연장도 생각했고, 심수창도 믿었다. 또 정우람은 가능한 한 9회에 쓰려 했다"고 했다. 당시 주위에선 뚝심만 앞세운 초보 감독의 시행착오라는 시선이 많았다. 4월로 접어들면서 한 감독의 야구는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은 회색빛 수염만큼이나 독특한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다.

한화 야구, 한용덕 야구에는 팬들을 웃음짓게 만드는 흥행요소가 있다. 역전승 전체 1위(7회), 최소 희생번트(1회), 제라드 호잉 & 송광민 신드롬, 신구 조화, 최강 상위타선, 막강 불펜 등등.

김성근 감독 시절에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야구로 '마리한화'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시즌 한화 덕아웃을 지배하는 외침은 '두려움을 떨쳐내라'다. 선수 개개인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 벤치의 믿음이 더해져 한화 구단의 2018시즌 캐치프레이즈 '판을 흔들어라'를 구체화 시키고 있다.

한화는 올시즌 7차례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최근 선발이 나아질 조짐이지만 지난 주중만해도 최악이었다. 대신 불펜평균자책점은 4.14로 전체 1위다. 송은범(3승, 1.69) 안영명(1승1홀드, 2.45) 이태양(4.00)이 버티는 롱릴리프 & 셋업 라인은 승부처에서 상대를 확실히 묶고 있다. 서 균(4홀드, 0.00), 박상원(1패3홀드, 3.00) 박주홍(6.75) 등 필승조도 좋다. 마무리 정우람(5세이브, 2.57)은 늘 그렇듯 든든하다.

지키는 야구는 환호를 만들어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타선도 뜨겁다. 팀타율은 2할9푼1리로 전체 3위, 팀타율 1위 KT 위즈(0.293)에 2리 차다. 수위타자 송광민(0.400), 타격 3위 호잉(0.397), 9위 양성우(0.364)까지 톱10에 3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찬스가 도래하면 희생번트 대신 화끈한 공격야구를 선보인다. 희생번트는 단 1차례. 벤치 믿음과 선수들의 책임감이 있어 가능했다. 희생번트는 KIA와 두산이 각각 13차례로 가장 많다. 향후 필요할 때는 번트도 대겠지만 지금은 선수들 마음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전략을 구사중이다. 도루 역시 지난해 64개로 전체 9위였지만 올시즌에는 15개로 공동 3위다. 배팅도 베이스러닝도 뭐든 공격적이다.

신구 조화는 희망이다. 살아난 송은범 안영명 배영수 이용규 등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 외에도 박주홍 서균 박상원 김재영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팬들에겐 큰 재미다. 늘 '오늘을 살기 바빴던 한화'였기에 더 그렇다.

이제 18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갈 길이 멀다. 위기도 올 것이고, 투타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연패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22일간 한화 선수단이 공유한 '우리도 할수있다'는 자신감은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무리수를 두지 않고 만든 결과라 더욱 값지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