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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템포전쟁 발발, PO 관통한 핵심 키워드, 왜?

남자프로농구 6강의 핵심 키워드. 한마디로 템포다.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일단, 농구에서 페이스(PACE)란 수치가 있다. '한 팀의 경기당 볼 소유권 횟수'로 경기 속도를 나타낼 수 있는 지표다.

모비스와 전자랜드는 페이스가 높으면 높을 수록 유리하다. 반면 KCC와 KGC는 반대다. 즉, 템포를 빠르게 하면 할 수록 모비스와 전자랜드는 유리하고, KCC와 KGC는 템포를 죽어야 산다. 왜 그럴까.

▶PO의 화법을 깨뜨리다

한국프로농구는 테크닉이 부족하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1대1 개인 능력이 떨어지고, 슈팅 능력도 좋은 편이 아니다.

때문에 림에 가까이 갈수록 '확률 게임'에서 유리해 진다.

전통적으로 플레이오프에서는 강력한 센터, 확실한 에이스가 있는 팀이 유리했다. 지금도 이 개념은 어느 정도 통용되고 있다. 그런데 올 시즌 플레이오프 6강전은 약간 미묘하게 바뀐 흐름이 있다.

PO 6강은 3경기가 열렸다. 전자랜드가 1승을 가져갔고, KGC와 모비스는 1승1패다.

경기내용을 살펴보자. 전자랜드는 14점 차의 열세를 딛고 극적인 1점 차 역전승을 거뒀다. 반대편 사이드에서는 KGC가 첫 경기에 승리했고, 모비스가 2차전에서 반격했다.

KCC는 하승진과 찰스 로드, 그리고 안드레 에밋과 이정현이 있다. 그런데 전자랜드는 브랜든 브라운의 원맨쇼와 함께 경기 막판 몇 차례 의미있는 속공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또한, KGC와 모비스는 1차전에서 데이비드 사이먼과 전성현의 맹활약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2차전에서 모비스는 3가드를 쓰는 강수를 두며 속도를 높혔다. 결국 대승을 거뒀다.

즉, 승리의 요인이 전통적 개념의 높이와 힘의 차이가 아니라, 속도의 차이가 더욱 중요해졌다. 좀 더 자세한 이유를 살펴보자.

▶KCC와 KGC의 약점, 왜 속도가 중요한가

KCC는 강력한 강점과 함께 세밀한 약점'들'이 존재한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높이는 KGC와 함께 리그 최고 수준. 여기에 1대1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비가 약하다. 템포 싸움, 일명 트랜지션 게임을 펼치면 기동력에서 문제를 드러낸다. 주전 의존도가 심하기 때문에 경기 내내 활동력이 떨어지고, 막판 체력적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벤치가 약하지 않지만, 정규리그 내내 주전들에 대한 의존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벤치의 '플랜 B'를 마련하지 못했다.

KGC 역시 마찬가지다. 데이비드 사이먼, 오세근이 핵심이다. 강력한 더블 포스트를 바탕으로 압박을 한다. 이재도, 피터슨의 가드진, 양희종 전성현 한희원 등의 포워드진이 있다. 그런데 KGC 역시 정규리그 내내 베스트 5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했다. 플레이오프들어 전성현이 빛나는 슈팅 감각을 지니고 있지만, 정규리그에서 다치기 전까지 양희종의 출전시간이 매우 많았다.

즉, 사이먼과 오세근의 더블 포스트 시스템이 흔들릴 때, 필요한 '플랜 B'가 있어야 했는데, 정규리그에서 제대로 가다듬지 못했다. 시즌 막판 오세근은 부상으로 컨디션이 완전치 않다. 더블 포스트 시스템이 흔들린다. 사이먼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와 피터슨의 '폭주'가 연결된다.

전자랜드와 모비스는 높이가 떨어진다. 전자랜드는 브랜든 브라운의 의존도가 심하긴 하지만 속도전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주전과 벤치의 로테이션이 활발한 편이다. 모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종현의 부상과 마커스 블레이클리의 부진(2차전은 괜찮았다)으로 인해 높이에 아킬레스건이 있다. 사이먼을 1대1로 막을 카드가 없다. 외곽이 침묵하면, 공격에 어려움을 겪는 구조다.

즉, 이런 구조 속에서 모비스와 전자랜드는 상대의 높이를 견제하고 흔들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게다가 주전의존도가 심하지만 좋은 객관적 전력을 지닌 KCC와 KGC에게 정면으로 대결해서는 승산이 별로 없다. 즉, 템포를 빠르게 하면서 핵심 주전들의 체력을 떨어뜨리고, 트랜지션의 약점을 찔러야 승률이 최대한 올라간다.

▶활동력, 후반을 가르는 키워드

1차전에서 전자랜드에 패한 뒤 추승균 KCC 감독은 "후반 공격리바운드를 3차례(김상규 2회, 정효근 1회) 뺏긴 것, 그리고 상대 속공을 허용한 게 뼈 아팠다"고 했다.

높이가 좋은 KCC. 하지만, 공격 리바운드를 뺏길 확률이 높은 아이러니컬할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1차전에서 KCC는 2-3 지역방어를 대부분 썼다. 지역방어는 리바운드에 약점이 있다. 또 하나, 더 중요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전체적 활동력이 KCC가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KCC의 주전들은 활동폭이 넓지 않다. 하승진과 에밋이 그렇고, 이정현도 활동폭이 넓은 선수는 아니다. 로드 역시 세로 수비는 뛰어나지만, 리바운드를 장악할 수 있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송교창 정도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내외곽을 모두 커버해야 하는 수비 임무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전자랜드가 슛을 쏠 경우, 공격 리바운드를 허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전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은 KCC가 상대적으로 더욱 떨어진다. 전자랜드는 이 부분 공략에 초점을 맞춘 상태다. 당연히, 템포를 높히고, 속공과 얼리 오펜스의 비율을 높힐 수밖에 없다. 그래야 KCC에게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템포가 매우 중요해진 이유다. 반면 KCC는 템포를 죽어야 한다. 이정현과 에밋의 뛰어난 결정력과 하승진과 로드의 높이 위력을 극대화하면서 자신의 흐름으로 경기를 끌고 갈 수 있기 ‹š문.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KGC와 모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1차전에서도 모비스는 경기 속도를 높혔고, 경기 초반 성공했다. 단, 3점슛 성공률이 극도로 부진하면서, 결국 KGC의 강한 높이와 거기에 따른 피터슨 전성현의 외곽에 무너졌다.

2차전에서는 이대성 박경상 양동근 등 가드 3명을 쓰는 초강수를 두면서, 템포를 더욱 높혔다. 모비스에게 빠른 템포가 중요한 3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KGC의 핵심인 데이비드 사이먼의 체력을 빠르게 고갈시킬 수 있다. 오세근이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사이먼은 모비스에게 많은 '딜레마'를 준다. 전성현이 외곽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근본적 원인 역시 결국 사이먼이 골밑에서 호시탐탐 버티고 있기 때문.

두번째, 얼리 오펜스를 통해, 불완전한 외곽 의존도를 줄이고, 골밑에 다양한 공격 루트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KGC의 수비력은 상당하다. 인사이드의 사이먼 뿐만 아니라 압박의 강도가 상당히 세다. 특히 주전과 벤치 선수들이 모두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정체된 외곽 공격을 할 경우, 모비스의 공격은 불완전해 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KGC의 수비가 세팅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비스는 빠른 컷-인을 통해 골밑을 공략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진다. 2차전에서 이런 장면이 많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블레이클리의 활용법이 많아진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1대1 포스트 업은 블레이클리에게 시키지 말라고 주문한다. 미스매치가 나도 마찬가지다. 블레이클리는 러닝 점프는 매우 좋은데, 포스트 업 시 점프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공격 확률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했다. 즉, 속공 혹은 2대2 상황에서 패스를 받은 뒤 점프를 하면 그만큼 위력적 공격을 할 수 있다.

정리하면, 템포를 높힐 때 모비스와 전자랜드에게는 많은 시너지 효과가, KGC와 KCC는 많은 부작용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구조.

또 하나, 템포 싸움을 관통하는 핵심적 이유가 있다. KCC와 KGC는 핵심 전력이 강하다. 그런데, 정규리그부터 벤치 활용이 많지 않았던 팀이다. 즉, 핵심 전력이 빠져 나가면 그만큼 벤치 활용폭이 떨어지고, 경기력이 흔들린다. 템포를 빠르게 하면 핵심 주전들의 체력이 빠르게 고갈되고, 후반 활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템포'를 죽이느냐, 살리느냐. PO는 '템포 대전'이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