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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이상적인 타구 각도를 보는 시각차

"공을 위에서 때려라." "뜬공을 치지 말고 땅볼을 쳐라."

어렸을 때 야구를 배우면서 자주 들은 말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에선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 약진의 계기가 된 '플라이볼 혁명'이 타격 상식을 바꿔놓고 있다. 타구 각도와 속도, 비거리를 계측할 수 있는 'STAT CAST'로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공의 밑부분을 때려 볼이 뜨면 수비 시프트에 상관없이 안타나 홈런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플라이볼 혁명'이다. 일본에선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중심타자 야나기타 유키를 시작으로, 뜬공을 의식해 타격하는 타자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선 '플라이볼 혁명'을 어느 정도 인식 되고 있을까. 지난해 우승팀이자 팀 타율 1위팀(3할2리) KIA 타이거즈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쇼다 고조 타격코치는 "(김기태)감독님이 공을 위에서 쳐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나도 그렇게 지도를 한다. 연습 때 배트를 위에서 스윙하면 경기 때 딱 수평 스윙이 된다. 처음부터 배트를 밑에서 내미는 타법은 없다"고 했다.

타격연습 과정에서 일부러 뜬공을 칠 때는 있다. 로저 버나디나는 "지난 시즌 초반에 1,2루쪽 땅볼이 많이 나와 쇼다 코치의 지도로 플라이볼을 치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최형우와 나지완도 플라이볼을 치는 연습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경기중에 공의 밑부분을 때려 뜬공으로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최형우는 "투수가 던지는 빠른공을 맞히는 것 자체가 쉽지 않는데, 공의 밑부분을 치는 건 무리다"고 했다. 현재 KIA에선 '플라이볼 혁명'이라는 말이 낯설어 보였다.

일본 사례를 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가토리 요시타카 GM(General Manager·단장)은 "우리팀 타자 전원의 타구 각도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특별히 타구 각도가 높은 선수가 있었다"고 했다. 그 중 한명이 고졸 4년차 거포 유망주 오카모토 가즈마였다. 오카모토는 올해 캠프 기간에 열린 연습경기에 4번 타자로 나서 플라이볼을 의식한 타격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요미우리와 연습경기를 치른 KIA 포수 한승택과 백용환은 오카모토에 대해 "(이)범호형과 스윙 궤도가 비슷했다"고 말했다. KIA에는 '플라이볼 혁명'이라는 말은 없지만, 뜬공 비율이 높은 통산 300홈런을 넘긴 타자 이범호가 있다.

이범호는 "오카모토의 타격을 지켜봤다. 선수마다 자기에 맞는 스윙 메커니즘이 있고, 오카모토에게는 그에 맞는 스윙궤도가 있다. 야마다 데쓰토(야쿠르트), 마쓰다 노부히로(소프트뱅크)처럼 타격 때 허리 회전이 좋다. 오카모토 같은 스윙궤도의 타자의 경우 플라이볼을 치면 잘 맞지 않아도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될 수 있다. 오카모토는 향후 기대해볼만한 선수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에서 나온 분석 자료를 보면, 타구 각도 25~35도에서 안타가 집중된다. 그런데 KIA 타자들은 이상적인 타구 각도는 45~60도라고 답했다. 분명한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

향후 다양하고 정확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 지면, 한국에서도 '플라이볼 혁명'이 일어나고, '범호형(型) 타자'가 증가하지 않을까.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