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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준 ''미스티' 19금? 제가 지대한 영향 미쳤죠'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고준, 고준하고 운다고요? 대체 왜요?"

지난 2001년 영화 '와니와 준하'로 데뷔했고 경력 17년의 배우가 됐다. 주로 영화를 통해 활약했고 '타짜-신의 손'(2014), '밀정'(2016), '청년경찰'(2017) 등 유명한 작품들에서 얼굴을 비췄다. 성준과 손여은 등의 연기 선생님으로도 알려져 있고 영화 '현도가'(2015)의 감독도 맡았다. 드라마 이력도 화려하다. '굿와이프'(2016)와 '구해줘'(2017), 그리고 '미스티'(2018)까지 최근 쉼 없는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들에게도 '고준'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이준익 감독의 '변산'도 개봉을 앞두고 있고, '바람 바람 바람' 역시 개봉을 앞둔 상태다.

'미스티'에서의 고준은 극중 이름인 '케빈리'이자 '이재영'으로 불리고 있다. 고혜란(김남주)의 전 연인이자 세계적인 프로골퍼다. 극중에서도 현실에서도 그의 '섹시한' 매력에 빠져든 이들이 많고, 주역으로도 떠올랐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살해된 모습으로 등장해 극에 미스터리를 더하는 인물. 강렬한 존재감만큼이나 강렬한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들을 정신없이 '미스티'에 빠져들게 만든 일등 공신이다. 그러나 고준은 아직 인기에 대한 실감을 못하고 있다고. 사람들이 요즘 '고준, 고준하고 운다'는 기자의 말에 고준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왜 그러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해가 안돼요. 제가 연기를 오래 했던 거에 비해 그렇게까지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민망해요. 되게 쑥스럽다고 해야 되나요. 저는 제 연기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거든요. 제가 제 자신을 보니까요. 야한 장면도 막 나오고 그러니, 민망하더라고요. 그래서 방영 시작하고나서는 집 밖에도 잘 안 나갔어요. 너무 민망해요. 저한테 그런 시선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알았어요. 신기하죠."

자신의 연기를 보며 '오글거린다'던 고준에게 이유를 물으니 성격과 대비되는 부분이 있어서란다. 그에 따르면, 케빈리는 표현하는 성격이자면 고준은 표현이 어색한 성격이라서라고. 고준은 케빈리에 대해 "얘는 너무 들이대고 왕자병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에 반해 고준은 더 담백한 성격. 다만, 욕망에 대한 접근만큼은 둘 모두 비슷했다.

"케빈리는 연기하기가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이 친구가 막 들이대는 친구인데, 왕자병까지 있으니까 부담되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좀 담백하거든요. 연애도 한 번 하면 오래 하고요. 헤지면 또 실연을 오래 겪거든요. 케빈리랑 비슷했던 부분이 사시 능력이 없고 무능했을 때 연인과 헤어지는 거였어요. 저도 그랬던 경험이 있거든요. 그땐 케빈리처럼 버림을 받은 게 아니라 제가 보내준 거였죠."

여기서 고준의 가슴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등장했다. 고준의 얘기에 앉아 있던 모두가 눈물을 찔끔 쏟았다. 기자 역시 눈물 한 방울을 짜내봤다. 고준의 마지막 연애는 무려 8년 전. 케빈리의 마지막 연애 스토리 역시 고준의 연애 스토리와 닮았다고. 그녀를 보낸 뒤 고준에게는 아직 인연이 나타나지 않았다.

"제가 버림받은 건 아니지만, 30대에 들어오니 결혼을 전제 하에 연애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제가 죄인처럼 느껴졌죠. 결혼의 선택도 해야 하고, 저는 능력이 없는 상태인데 그 친구에게 피해를 끼치는 거 같아서요. 그래서 보내줬어요. 전해 들으니 그 친구는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더라고요. 케빈리처럼 '복수할거야!'가 아니라, 저 이렇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그 친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요. '너도 잘 살지? 행복해' 이런 마음이죠. 사실 트라우마가 좀 남아서 사랑하는 사람을 또 그렇게 잃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힘이 생기고, 준비가 됐을 때 사랑을 해야죠."

사실 케빈리의 인기가 이토록 뜨거울 수 있던 것에는 고준의 몸매가 한 몫을 했다. 사랑 이야기 다음 곧바로 나온 몸매 얘기에 고준은 "힘줄도 튀어나오게 하려고 노력하고 몸도 급히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탄탄한 몸매 만큼은 급히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법. 고준의 구릿빛 몸매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여성팬들도 아직 넘쳐나는 중이다. 여기에 초반 1, 2, 3회는 19금으로 그려졌으니 그 속에서 고준의 활약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19금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냐고요? 지대한 영향을 미쳤죠. 하하. 저는 사실 찍을 대는 몰랐어요. 19세 이상 관람가라는 등급이 떨어질 줄은 전혀 몰랐어요. 그냥 사랑을 표현한 거거든요. 제 자신을 야한 그림을 찍어낸단 생각으로 한 게 아니라, 사랑하는 모습을 연기했던 건데 되게 야하게 찍혔더라고요. 제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함께 연기한 김남주에 대해서도 할 얘기가 많았을 것. 고준은 '무섭다'는 편견을 듣고 있는 김남주에 대해 "전혀 안 무섭다. 진짜 잘해주신다"고 했다. 고준이 김남주에게서 느낀 것은 무려 '피 다른 형제'의 느낌이었다고. 표현까지도 남달랐다.

"너무 잘 맞았어요. 장난도 너무 잘 치시고요. 제 개인적 소견이지만, 너무 잘 맞아서 피 다른 형제의 느낌을 받았어요.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선배님이에요. 그리고 진짜 대단하신 거 같아요. 나이도 저보다 많으시고 엄마이신데 몸매를 유지하시고 연기도 하시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고 위대하다고 생각했어요. 육아도 일도 다 하시는 거잖아요. 진짜 대단해요. 여배우로서 주인공을 다 소화하고, 또 엄마로서의 역할까지 다 하는 것은 작품 중에는 정말 극한 중 극한이거든요. 그런데 현장에서 짜증도 한 번 안내시고 다 소화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스러웠죠."

관전포인트를 짚어달라 부탁하니 고준은 모든 개인들의 야망의 충돌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서로 욕망과 야망이 충돌해 어떤 파국으로 이를 것인지가 가장 재밌는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당부했다.

고준은 이제 앞으로 한 걸음씩 더 나아가고 있는 배우다. 2001년 데뷔해 긴 시간에 걸쳐 연기했지만, 주목도는 낮았던 편. 그러나 그 시절을 절대 '암흑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지금까지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열심히 단련할 수 있는 그가 됐다는 말이다. 단순히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연기에 빠져서, 연기를 통해서 유명해질 수 있는 길을 찾으려 노력했으니 지금으로서는 최고의 길이었다고. 앞으로도 배우 고준으로, 혹은 작품 속의 캐릭터로 기억되고싶다는 그다.

"저는 사실 캐릭터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연기 생활 중 제 목표가 여러 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저보다는 캐릭터가 좀 더 나와주면 좋겠다'는 거예요. 사람들한테 '고준이 여기에 나왔어?' '이게 고준이었어?' 이런 소리를 더 듣고 싶어요. 제가 유명해지는 건 원치 않아요. 제가 가장 잘했다고 생각할 순간은, 가장 아픈 사람을 연기했을 때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그런 연기는 섣불리 하면 안되니까 신중히, 정말 잘해야죠. 그게 최종 목표예요. 그러려면 많이 아파봐야 알겠죠."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