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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소율 ''미투 운동' 지지.. 떳떳한 사람 되고 싶어요'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성숙해지고 싶고, 떳떳하고 싶어요."

지난 2007년 영화 '궁녀'로 데뷔했고 SBS '뿌리 깊은 나무'(2011), '마이더스'(2011), '청담동 앨리스'(2012)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 경력을 쌓았다. tvN '응답하라 1997'(2012)에서는 모유정 역으로 출연해 높은 인기를 얻었으며 이후 SBS '못난이 주의보'(2013)와 JTBC '유나의 거리'(2014) 등을 통해서도 연기 활동을 펼쳤다. 최근에는 인기 드라마였던 KBS2 '흑기사'에 출연했고 SBS 새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출연을 앞두고 있다.

신소율은 '흑기사'를 통해 성숙해진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신소율이 맡은 역할은 김영미 역으로, 패션 편집샵의 대표이자 트렌드 세터로도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유행에 민감한 성격을 표현한 만큼 패션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또 극중 정해라(신세경)와의 엇갈린 우정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건의 열쇠를 쥔 핵심 인물로 떠오르기도 했다. 신소율은 '흑기사' 종영 후 곧바로 다음 작품에도 돌입했다. 김선아, 감우성 주연의 SBS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안순진(김선아)의 동생인 안희진 역을 맡았다.

김영미와 안희진을 가른 차이점은 '살을 지우느냐, 빼느냐'다. 신소율은 재벌가 딸인 김영미를 연기하기 위해 살을 찌웠고, 또다시 두 아이의 엄마인 안희진을 연기하기 위해 살을 뺐다. 평소 시원시원한 성격이라는 신소율의 답은 이랬다. "부잣집 딸 역할을 처음 맡아봐서 살을 좀 찌우고 운동을 했는데 소속사 사람들이 나보고 '지방을 맞고 왔느냐(시술을 했느냐)'고 하더라. 그래서 살을 다시 뺐다"고. 첫 질문부터 시원시원한 답변이 나왔다. 그게 신소율의 매력인 것처럼 보였다.

평소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이라는 신소율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말하며 대화를 이끌어갔다. 데뷔 후 처음으로 외적인 변화를 시도했던 '흑기사'였기에 새로운 모습들에 도전했을 때 쏟아지는 관심도 있었다고. 신소율은 자신에게 쏟아진 시청자들과 대중들의 시선들 역시 늘 의식하고 참고한다.

"이번에 머리를 길러본 것도 처음이었고 앞머리를 없앤 것도 처음이었거든요. 저도 나름대로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보이려고 노력했죠. 그런데 반응이 '얼굴이 왜저래'부터 나오니 초반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아요. 그리고 댓글도 초반에는 '얄미워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캐릭터가 초반에 좀 얄미운 모습이 있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저는 평소에 댓글도 다 보고 게시판도 다 들어가거든요. 저 혼자 잘났다고 잘 되는 게 아니고 이유 있는 비판이든 이유가 없는 비판이든 수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도 뭐가 문제일지 생각해보죠.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평가해주시는 게 좋아요. 그게 맞는 거 같아요."

거침없는 말투에 밝은 웃음만 가지고 있기에 신소율을 향해 '멘탈이 강하다'는 시선이 있던 것도 사실, 그러나 신소율은 생각보다 훨씬 더 여린 사람이었지만, 강한 멘탈을 가지기 위해 언제나 노력하는 편이라고. 신소율은 "강해지려고 늘 노력한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익명성에 기댄 악플과 그로 인한 피해자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좋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을 향한 비난과 비판에 대해서는 익숙해지고 더 떳떳해지려고 노력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저는 사람들의 얘기를 다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더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제가 어떤 얘기를 했을 때 '왜 이렇게 나대'가 아니라 '멋있다'는 얘기를 들을 거 같아요. 그래서 그런 얘기를 들으려면 제 실력을 키우는 게 먼저인 거 같았어요. 제가 뭘 하든 비난할 사람들은 비난을 할 테니, 저는 실력을 쌓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죠."

신소율은 최근 불고 있는 '미투 운동' 바람에도 동참했다. 자신의 발언이 왜곡돼 들릴까 걱정된다는 말을 했지만, 기자와의 충분한 대화 이후 그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미투 운동' 동참 문구가 뿌듯하게 느껴졌다. 신소율은 '미투 운동'에 동참하기 전 "이번 사건(성추행 의혹)도 보면서 같은 연기자 동료로서 마음이 아프고 응원하고 싶지만, 제가 응원한다고 했을 때 또다른 비난이 오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

"제가 이걸 이용해서 뭔가를 한다고 생각할까봐 걱정했어요. 저도 진심에서 우러나서 응원을 하고 싶고 뭔가를 하고 싶은데 제가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려면, 더 성숙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먼저 잘돼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요즘 30대가 돼서 생각이 드는 게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려면 제 할일을 잘해야 해요. 그래서 더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신소율의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에는 '나이'와 '시간'이라는 큰 이유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성숙해지면서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 신소율은 평소 서지혜 등 절친 배우들과 자주 만나며 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얘기를 나눈단다. 특히 30대가 된 뒤 '내려놔야 할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저는 사실 엑스트라로 시작했잖아요. 그래서 위로 올라오면서 탄탄해질 수 있던 거라고 언니들이 그러더라고요. 저희가 마냥 젊은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 역시도 예쁘다는 소리도 듣고 싶었죠. 그런데 전 사실 예쁜 배우 아니잖아요. 개성 있게 생긴 얼굴이고, 어떤 역할을 했을 때 보시는 분들이 예쁘게 봐주시는 거죠. 그래서 조금씩 욕심을 버리고 있어요. 예쁜 역할에 대한 욕심도 버리게 되는 거 같아요. 지혜 언니도 항상 얘기해요. 배우로 살아남으려면 우리가 내공을 쌓아야 한다고요. 그렇게 생각이 건강한 언니라서 제가 언니를 좋아해요."

'신소율'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도 그가 스물 여섯살 때의 일이니, 10년 가까이 '신소율'로 살아왔다. 교복 연기를 하기엔 늦은 나이였지만, '응답하라 1997'에서도 모유정 역으로 사랑을 받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안 이미지에 갇혔다. 당시 어리게 나왔던 것 때문이었는지 단발머리에 어려 보이고 발랄한 모습만을 가져가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제 신소울은 '동안'이라는 짐을 내려놨다.

"제가 좀 갇혀 있는 거 같았어요. 신소율이란 이름을 쓴게 제가 26살 때 일이었거든요. 그때부터 뭔가 일이 많아지다 보니 스스로 '아니다, 아니다' 하지만, 욕심도 좀 있던 거 같아요. '나는 아니야. 난 편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초조함과 조급함이 좀 있었죠. 배우라는 직업이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다 보니까 생각을 바꿨어요. 먼저 저를 아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영화도 해보고, 연극도 해보고, 뮤지컬도 해보고. 이제 많은 걸 해보고 싶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싶어요."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인지 신소율은 이제 '편안해진' 느낌이었다. 그 역시도 '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그 전까지는, 제가 패기 넘치고 정말 다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좀 편안한 배우가 되고싶어요. 그전엔 멋있는 배우가 되고싶었거든요. 그런데 30대 중반이 되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겠어요. 지금 이 나이대에 언니들(서지혜)을 만난 게 다행인 거 같아요. 지금 잘 만들어가야죠. 10대, 20대의 제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면 지금의 제가 또 평생의 저를 만들 거 같아서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