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신임 사무총장 인선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지난 3일 취임식에서 "좀더 시간을 갖고 사무총장 적임자를 모시겠다"고 선언한 뒤 20일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취임식에서 언급했던 사무총장 공모제는 시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O 관계자는 "총재님께서 공모제와 관련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으셨다"고 했다.
공모제는 지난해 KBO를 둘러싼 전 심판원의 비위, 입찰비리 등으로 인한 인적 쇄신 요구와 맞물려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공개적인 절차로 사무총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공모제는 외부 입김이 작용할 개연성이 더 크다는 상반된 의견도 적지 않았다. 절차의 공정성이 도마에 오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결국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본 것이다.
시간적으로 촉박하다. 공모제는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자격요건 등을 정하고 공고를 통해 희망자를 모집한다. 이후 서류심사와 개별 면접 등 절차를 통해 적임자를 선임하게 된다. 공모제가 아니라면 총재의 직접 지명이다. 심사숙고를 거쳐 적임자를 발표하면 사실상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이사회는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통과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2월이라는 상징성과 오는 30일 열리는 이사회다. 비활동기간(12월~1월)이 끝나는 2월은 사실상 KBO의 시즌 업무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사무총장 없이 지난주 새로운 타이틀스폰서 계약 등 사무국은 지장없이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실행위원회(10개 구단 단장 모임) 위원장과 KBOP(KBO 마케팅 자회사) 대표이사를 당연직으로 겸하는 사무총장의 장기 공백은 업무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복잡하게 얽힌 중계권 문제 등 풀어야할 현안이 적지 않다.
이번에 열리는 이사회는 정 총재 취임 후 첫 이사회다. 올해 예산 승인이 주요 안건이다. 이날 정 총재가 사무총장 내정자를 언급할 지가 관심사다. KBO 규약 제3장 제10조 2항에는 '사무총장은 총재의 제청에 의하여 이사회에서 선출한다'고 나와있다.
신임 사무총장에 대해선 수개월째 하마평만 무성한 상태다. 내부승진과 더불어 복수의 외부인사가 거론된다. 구단 단장 출신 A씨, 언론인 출신 B씨, 야구행정가 출신 C씨 등이 오르내린다. 정 총재는 신임 사무총장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어 궁금증이 커지는 상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