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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 사태와 '위기관리'의 중요성

위기는 닥쳤을 때 대처법을 찾으려면 늦는다. 그러면 오히려 더 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그래서 '위기 관리'의 본질은 예비책을 미리 마련해두고 혹시나 벌어질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응 시나리오를 만드는 데 있다. 역시 중요한 건 어떠한 형태의 잠재적 위기라도 미리 제거하려는 노력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이런 면을 간과했다. 결과적으로 '위기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바로 고교 재학시절 야구부 후배들에게 배트와 공을 사용해 폭력을 휘두른 신인 선수 안우진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다. 여론이 충분히 악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인지했지만, 대비책 마련에는 다소 소흘했다. 그 결과 안우진은 현재 최악의 여론 앞에 서 있다.

사실 넥센은 이미 지난해말부터 안우진을 어떻게 품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6억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안긴 유망주인데, 고교 시절 저지른 학교 폭력 문제가 걸렸다. 이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3년간 자격정지까지 받은 터였다. 폭력은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넥센 프런트도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1월초 선수단 소집 후 본인의 얘기를 구단이 직접 들어 상황을 좀 더 파악한 뒤 징계와 사과 기자회견 등을 기획 중이었다. 대해 하지만 일은 엉뚱한 데서 터졌다. 안우진이 지난 10일 KBO가 마련한 신인선수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나오다 취재진에게 그만 자신의 본심을 털어 놓은 것. "다 잊고 야구로 잘하겠다"는 건 결국 안우진이 과거 일에 대해 특별히 죄의식이나 반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넥센도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10일 행사를 앞두고서도 미리 안우진에게 예상 질문과 적절한 답변에 대한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대비책도 소용이 없던 것이다. 아직 성숙한 어른이 아닌 안우진은 '구단의 배려'를 그냥 넘겨버리고 제 뜻 대로 말을 쏟아냈다.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넥센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물은 쏟아진 후다. 과연 넥센은 어떤 위기 관리 능력을 보일까. 그리고 안우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