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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스토리] KIA 순혈 vs 두산 혼성, 코치진 구성의 비밀

올 겨울 KBO리그 10개 구단은 저마다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트레이드나 방출을 통한 선수단 구성 변화, 외인 선수의 교체,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영입 등. 그런데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코칭스태프의 개편에 대한 특이점이다. 어떤 팀은 지역 프랜차이즈 출신으로 코치진을 전부 구성해 통일성과 단합력을 유지하는가 하면, 어떤 팀은 출신에 상관없는 코치 영입으로 다양성과 전문성을 자랑한다.

공교롭게도 이런 특성을 가장 잘 대표하는 두 구단이 바로 2017 한국시리즈 맞대결 상대였던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긴 어렵다. 팀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코치 영입 원칙이 서로 다를 뿐이다.

▶'타이거즈 순혈주의'를 앞세운 KIA

지난해 통합 우승 이후 KIA는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허영택 단장이 구단 사장으로 승진했고, 단장 자리에는 김기태 감독을 보좌해 통합 우승의 결실을 맺은 조계현 수석코치가 올랐다. 자연스럽게 수석 코치 자리가 공석이 되며 코칭스태프 개편이 이어졌다.

지난 4일 발표된 KIA 1군 코칭스태프 구성을 살펴보자. 정회열 전 2군 감독이 1군 수석코치가 됐고, 타격 파트는 쇼다 코우조-홍세완 코치, 투수 파트는 이대진-서재응 코치, 배터리는 김상훈 코치, 수비는 김민호-김민우 코치, 주루는 김종국 코치가 맡았다. 이 중에서 정회열 수석을 비롯해 김상훈 홍세완 김민우 코치는 2군에서 1군으로 승격됐고, 서재응 코치는 지난해 말 새로 코치직함을 단 케이스다.

수비 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코치들 대부분이 광주일고, 해태-KIA 프랜차이즈 출신들이라는 게 특색이다. 쇼다 코치를 제외한 1군 코칭스태프 9명 중 5명이 광주일고를 졸업했다. 정 수석코치가 김 감독의 광주일고 1년 선배다. 1군 메인 타격 코치인 쇼다 코치도 2017년 KIA에 합류했다. 정회열 홍세완 이대진 서재응 김상훈 김종국 코치는 대표적인 '타이거즈의 적자'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팀을 이끄는 김기태 감독은 정작 타이거즈 출신이 아니라는 데 있다. 광주 출신인 김 감독은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삼성 라이온즈, SK 와이번스를 거쳤다. 이어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코치, LG 트윈스 2군 감독을 거쳐 2012년에 LG 감독이 됐다. KIA에는 2015년 부임했다.

보통 이렇게 여러 팀을 거치며 경험을 쌓은 감독들은 자신과 뜻이 맞는 코치진을 몰고 다닌다. 야구계에서는 흔히 '~감독 사단'이라고 부른다. 김 감독에게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야구인이 현재 단장이 된 조계현 전 수석코치와 김민호 코치 등이다.

김 감독은 조 전 수석코치와 김 코치를 데리고 KIA에 온 뒤 기존 코칭스태프를 대부분 수용했다. 여러 면을 고려한 결정이다. 우선 코칭스태프의 전면 개편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혼선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더불어 불과 수 년 전까지 함께 현역으로 뛰었던 '타이거즈 출신' 코치들만이 할 수 있는 선수들과의 밀접한 스킨십이 팀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기조가 계속 이어진 끝에 지난해 통합 우승의 값진 결실로 이어졌다.

▶코치진의 다양성과 두산의 '실용주의'

반면 2015~2016 한국시리즈를 2연패 한 두산의 경우는 코치 선임의 기준이나 방향성이 KIA와는 사뭇 다르다. 김태형 감독의 의견과 프런트의 수장인 김태룡 단장이 의견을 모아 출신 성분에 구애받지 않고 가장 팀에 적합한 인물을 코치로 기용하는 편이다. 지난해까지 주요 보직에서 '베어스 출신' 코치보다 그렇지 않은 인물이 더 많았다.

2017시즌 개막 보직을 기준으로 1군 수석코치는 한용덕 현 한화 이글스 감독이었다. 그는 '이글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으로 투수코치도 겸임했다. 강석천 수비코치도 마찬가지로 한화 프랜차이즈 출신이다. 박철우 타격코치는 '타이거즈맨'이었다.

이런 구성에는 두산이 추구하는 '실용주의'가 담겨 있다. 굳이 프랜차이즈 출신에 연연하지 않고, 팀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방면에 걸쳐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 방식이다. 사실 이같은 코치 선임의 기조는 2011년 시즌 중 김경문 전 감독이 팀을 떠나면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김진욱(2012~2013)-송일수(2014) 감독에 이어 2015년 감독 경험이 전무하던 48세의 김태형 감독을 선임하면서 굳어졌다. 특별한 '사단'이 없던 김 감독이 팀을 운영하기 위해 프런트와 심사숙고한 끝에 한용덕 강석천 박철우 강인권 조경택 등 외부 인력으로 코치진을 채우게 된 것이다.

올 시즌에도 이런 기조는 계속된다. 한용덕 전 수석코치가 한화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개편이 불가피해졌기 때문. 강인권, 전상렬 코치도 두산을 떠나 한 감독을 따라갔다. 이에 따라 두산은 이강철 2군 감독을 1군 수석 코치로, 강석천 타격 코치를 2군 감독으로 발령했다.

또 1군 타격과 배터리, 수비는 각각 지난해 말 새로 영입한 고토 고지 전 요미우리 코치, 조인성 코치, 조성환 코치가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수 파트만 '베어스맨'인 권명철 코치가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투수 부분을 제외한 1군 주요 보직 코치들이 전부 타구단 출신인 셈이다. 특히 조인성, 조성환 코치는 각각 LG와 롯데 프랜차이즈 출신의 '코치 초년병'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과감히 이들에게 1군 보직을 맡겼다.

김 감독이 이들 신임 코치들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동시에 틀에 얽매이지 않는 두산의 과감하고 자유로운 실용주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른 구단의 코칭스태프 구성 원칙은?

비록 KIA와 두산의 사례를 대표적으로 들었지만, 다른 구단들도 대부분 둘 중 하나의 스타일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하는 편이다. 대부분은 두산 스타일의 '실용주의 노선'을 따른다. 이유가 있다. 현재 감독들의 연령대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젊어진 영향이 크다. 넥센 장정석, 롯데 조원우, 삼성 김한수 감독 등은 모두 70년대생, 40대 지도자다. 모두 감독 데뷔 3년차 이하에 속한다. 그래서 특별히 '사단'이라고 부를 사람들이 없다.

때문에 대부분 기존 코치진을 승계하거나 구단 프런트와 상의를 통해 코칭 스태프를 구성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스타일이 약간 갈린다. 넥센과 삼성은 굳이 따지자면 '순혈주의 유형'으로 프랜차이즈 출신 코치진이 대다수다. 각각 넥센과 삼성의 전임이었던 염경엽 감독과 류중일 감독이 오래 지휘봉을 잡으며 만들어 놓은 체계가 굳건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롯데는 '실용주의 노선'을 따른다. 김원형, 장종훈, 장재중 코치 등이 핵심을 이루고 있었다. 이 또한 전임 이종운 감독 때 코칭 스태프의 전면 개편의 영향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SK의 경우 트레이 힐만 감독의 영입 이후 다양한 코치진을 구성했다. 박경완 코치가 상징적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다른 코치들은 여러 팀에서 왔다. 당장 김성갑 수석코치만 해도 SK와는 접점이 전혀 없었다. 염경엽 단장이 영입한 결과다.

kt는 구단 역사가 짧아 딱히 프랜차이즈 출신 코치를 구성할 수 없다. 류중일 감독이 새로 부임한 LG 역시 중도파에 해당한다. 새로 영입한 인물과 '적토마' 이병규 등 프랜차이즈 신임 코치, 기존 코치진 등이 고루 섞여있다. NC의 경우는 코치 선임에 있어 김경문 감독의 권한이 매우 크다. 어찌보면 유일하게 '사단'이 남아있는 팀이라고 할 수 있다.

한화는 한용덕 감독 선임 이후 프랜차이즈 출신 코치들을 끌어 모았다. 전형적인 '순혈주의' 코칭스태프의 구성이다. 한용덕-장종훈-송진우 등 이른바 '레전드 코치진'이 모였다. 이처럼 강력한 '순혈주의'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지 상당히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