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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택시운전사'마저...오스카 높은 문턱 '54년간 29편 고배'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영화가 콧대 높은 오스카의 문턱을 이번에도 넘지 못했다.

내년 3월 4일(이하 현지시각) 열릴 제9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측은 14일 외국어 영화부문 1차 후보 라인업을 발표했다.

아카데미 측이 발표한 1차 후보로는 칠레의 '판타스틱 우먼'(세바스찬 렐리오 감독), 독일의 '인 더 페이드'(파티 아킨 감독), 헝가리의 '온 바디 앤 소울'(일디코 엔예디 감독), 이스라엘의 '폭스트롯'(사무엘 마오즈 감독), 레바논의 '디 인설트'(지아드 두에리 감독), 러시아의 '러브리스'(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 세네갈의 '펠리시테'(알랭 고미 감독), 남아프리카공화국 '더 운드'(존 트렌고브 감독), 스웨덴의 '더 스퀘어'(루벤 외스틀룬드 감독) 등 총 9편이다. 1차로 선정된 9편의 영화 중 최종 심사를 거쳐 5편의 후보가 본선에 이름을 올려 경합을 펼칠 예정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1929년부터 매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씨어터(옛 코닥극장)에서 열리는 시상식이다.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 등 아카데미 회원들이 직접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으로 일명 오스카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제1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1947년부터 미국 외 국가들의 명작을 조명, 선정하는 외국어 영화상이 있다. 다른 부문과는 달리 미국 내에서 상영되지 않더라도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유일한 부문이며 백인 우월주의 성향이 강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일하게 유색인종의 영화가 집중 받을 수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베니스, 베를린국제영화제와 성향은 다르지만 이 영화제 못지않게 전 세계인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 시상식. 한국영화 역시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부문에 작품을 출품하며 문을 두드리고 있고 올해엔 휴먼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더 램프 제작)가 한국영화 대표로 출품해 화제를 모았다.

올해 첫 번째이자 유일한 1000만 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가 통금 전에 광주를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이 가세했고 '고지전' '의형제'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래전부터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특히 휴머니즘이 진하게 묻어난 영화일수록 후한 점수를 주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성향을 봤을 때 '택시운전사'야말로 안성맞춤의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한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더욱 힘이 쏠리기도 했던 '택시운전사'였다. 앞서 송강호의 전작 '사도'(15, 이준익 감독) '밀정'(16, 김지운 감독)이 제88회·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부문 후보에 출품작으로 선정된바, 여러모로 '택시운전사'의 아카데미 진출에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택시운전사'는 끝내 1차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1963년 열린 제3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61, 신상옥 감독)를 출품을 시작한 이후 '택시운전사'까지 무려 54년간 29편의 한국영화가 도전했지만 올해도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지금까지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부문 수상작 이력을 보면 2000년 중국의 '와호장룡'(리안 감독), 2008년 일본의 '굿 바이'(다키타 요지로 감독), 2011년 이란의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아시가르 파르하디 감독), 2016년 이란의 '세일즈맨'(아시가르 파르하디 감독) 등 단 4편. 아시아 국가의 영화엔 유독 더 높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언제쯤 한국영화에 문을 열어줄지 아쉬움만 남는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택시운전사'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