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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양우석 감독 '정우성은 연기천재...과소평가 된 배우'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알고 보면 정우성은 연기의 디테일이 남다른 배우예요. 우리가 북핵을 과소평가하듯 대중에게 정우성은 과소평가 된 배우 중 하나죠."

한국영화에서 최초로 남북 핵전쟁을 중심에 두고 남북 정예 요원들이 공조를 펼쳐내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액션 영화 '강철비'(양우석 감독,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작). 전작 '변호인'(13)에서 송강호, 오달수, 고(故) 김영애, 곽도원, 임시완 등과 호흡을 맞추며 최고의 앙상블을 펼쳐낸 양우석(48) 감독은 신작 '강철비'에서는 정우성을 택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또 전작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춘 곽도원 역시 의기투합해 올겨울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갖췄다.

"데뷔작에 이어 두 번째 작품도 캐스팅이 너무 좋았죠. '변호인' 당시 송강호 선배는 모두가 알듯이 명배우임을 다시 한번 알게 됐죠. 무슨 장면, 무슨 대사를 해도 '와!'라는 감탄사가 터지니까요. '흥행 치트키'라는 말이 있잖아요. 송강호 선배가 바로 그런 '치트키'죠. 이번엔 정우성과 호흡을 맞췄는데 사실 많이 놀랐어요. 액션은 워낙 잘하는 배우라는 걸 알아 믿고 갔는데 액션 외에 디테일한 감정도 잘 잡아내더라고요. 곽도원은 마법 같다고 하는 게 맞는 같아요.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특유의 흥이 있어요. 제가 원하던 딱 그 모습이었죠. '곽블리'라는 애칭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더라고요. 하하."

정우성과 곽도원은 '강철비'에서 각각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정우성은 몸을 아끼지 않는 강도 높은 액션 연기와 데뷔 이래 첫 평양 사투리를 시도하며 엄철우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었고 곽도원은 유들유들한 인간미로 숨 가쁘게 달리는 '강철비'에 쉼표를 찍는다. 두 사람은 남북을 뛰어넘은 공조를 통해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과시, 올해 스크린을 뜨겁게 달군 버디물의 인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정우성이 '강철비'에서 딱 세 번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어요. 남한에서 곽철우와 잔치국수를 먹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곽철우를 향해 한 그릇 더 먹고 싶다는 무언의 눈빛과 살짝 미소를 지어요. 또 곽철우가 차에서 던지는 농담을 마지막에 받아치잖아요. 그때도 살짝 미소를 짓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또 곽철우의 신용카드를 빌려 쓴 뒤 돌려줄 때도 천진한 미소를 짓는데 이 세 포인트가 엄철우를 잘 설명해주는 것 같아요. 보는데 마음 한켠이 짠했어요. 진짜 염철우 같아서요(웃음). 확실히 정우성은 기존의 작품과 다른 연기를 '강철비'에서 보여준 것 같아요. 사실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예요. 우리가 지금 북한의 핵 실험을 과소평가하듯 정우성도 대중에게 과소평가 된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양우석 감독은 정우성을 향해 '너무 심하게 잘생긴 외모가 큰 단점'이라고 표현했다. 빛나는 외모 덕에 상대적으로 연기력이 표면에 드러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변호인'에 이어 '강철비'로 호흡을 맞춘 곽도원은 어떨까. 양우석 감독은 곽도원을 '천상 광대'라고 한마디로 정의했다.

"곽도원은 천상 광대인 것 같아요. 곽도원이 연기한 곽철우는 소위 말해 쁘띠 부르주아를 표현한 인물이죠. 완벽한 부르주아는 아니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엘리트가 돼 부르주아에 가깝게 된 사람이죠. 우리나라 엘리트 계층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일하잖아요. 직업 정신이 투철하기보다는 자신이 쌓아온 세력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는 편인데 그래서 많이 지쳐있는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곽철우는 전형적인 고위직으로 보이지 않길 바랐어요. 때론 직업적으로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으면 했고 가족을 생각하는 인간미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살면서 가장 지치지 않는, 에너지가 넘치는 나이가 소년, 소녀일 때잖아요. 곽도원은 딱 그런 소년의 모습을 가진 배우예요. 곽철우를 표현하기에 이상적인 배우였죠. 전 곽도원의 연기를 보면서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의 윤후가 떠오르더라고요. 하하."

비단 '강철비'에서는 정우성, 곽도원 외에도 시선을 끄는 캐스팅이 있다. 바로 현직 대통령 이의성 역의 김의성과 차기 대통령 당선인 김경영 역의 이경영이다. 정권 교체가 이뤄지기 바로 직전에 터진 핵전쟁 위기는 사실상 남한의 혼란을 더욱 가중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양우석 감독은 남한 내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두 대통령으로 극적인 효과를 줬다.

"한반도에 위험이 처한 상황이잖아요. 북한에서는 정권이 붕괴하는 게 가장 큰 혼란을 가져오는데 남한은 어떨까 생각했어요. 남한에서는 정권 교체 시기가 어떻게 보면 가장 위험하고 조심스러울 때니까요. 이런 상황에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의 생각이 명백하게 반대로 나뉜다면 어떨까?'라고 상상했죠. 우리 국민의 이분법적인 생각을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으로 표현한 거죠. 그 두 입장을 표현하는데 김의성과 이경영 선배의 열연이 큰 몫을 담당했죠. 확실히 선이 굵은 배우들이라 대통령 역할을 잘 소화해줬죠. 또 강렬한 악역으로 정평이 난 분들이기에 오랜만에 선역을 맡는 것도 색다를 것 같았어요. 물론 관객들이 선역임에도 악역으로 볼 것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요(웃음). 결과적으로는 두 명배우가 '강철비'의 균형을 잘 잡아준 것 같아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와 맞서게 된 올겨울 빅3 주자인 판타지 액션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이하 '신과함께1', 김용화 감독, 리얼라이즈픽쳐스 제작), 그리고 CJ엔터테인먼트의 휴먼 영화 '1987'(장준환 감독, 우정필름 제작)에 대한 경쟁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전 영화를 만드는 연출자로 살아온 시간보다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으로 살아온 시간이 더 많아요. 지금도 연출자의 마음보다는 한 명의 관객으로 많은 한국영화를 기다리고 있고요. 관객 입장에서는 연말에 이렇게 다양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골라볼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즐겁고 기뻐요. 올해 한국영화가 많이 침체했다고 하는데 연말만큼은 모두가 따뜻하게 보냈으면 좋겠네요(웃음). 전쟁터에 나가는 느낌보다 이 잔치, 저 잔치 구경하는 느낌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원래 맛집은 모여있는 거니까요. 저도 이제 '강철비' 홍보를 어느 정도 끝내고 나면 한 명의 관객으로 돌아가 '신과함께1' '1987'을 보러 극장으로 달려가야죠. 하하."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