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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안컵]한-일전 고대하는 할릴재팬, 日도 운명 걸었다

한-일전을 바라보는 일본의 표정은 과연 어떨까.

온도차가 있다. 철저하게 '실험'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북한, 중국과의 두 차례 맞대결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 나선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대표팀 감독을 향해 현지 언론들의 질문은 대부분 선수 개개인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전 뒤에도 다가오는 한-일전에 대한 일본 취재진의 질문은 단 한가지도 나오지 않았다. 북한과의 첫 경기서 1대0으로 신승한 뒤 "골키퍼 나카무라 고스케, 미드필더 이토 준야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던 할릴호지치 감독은 중국전에서 2대1로 이긴 뒤 "훌륭한 내용과 훌륭한 승리였다. 선수들이 그동안 강조해온 투쟁심이나 과감한 모습 등을 모두 이뤄냈다. 매우 기분이 좋다"고 칭찬했다.

이유가 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이번 대회를 '국내파 최종 시험대'로 공언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기회를 주지 못했던 J리거나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중용해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활용도를 점검하겠다는 것이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주전 대부분이 유럽파인 일본의 실정상 J리거들의 설 자리는 좁은 편이다. 일본 언론들은 대회 성적에 신경을 쓰면서도 초점은 철저히 선수들을 향하고 있다.

한-일전을 바라보는 눈에는 차이가 없다. '숙적' 한국과의 맞대결을 내심 고대하고 있다. 북한, 중국을 연파한 '할릴재팬(할릴호지치 감독의 이름에서 딴 일본 대표팀 애칭)'이 한국을 시원하게 격파하고 '전승 우승'을 달성하길 바라고 있다.

할릴호지치 감독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눈치다. 중국전 기자회견에서 미디어 담당관이 일본-중국 취재진의 질문만 받고 마치려던 찰나 할릴호지치 감독이 한국 취재진의 질문을 받겠다고 나섰다. '한국전 대비'에 대해 묻자 할릴호지치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맞붙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팀 중 가장 강하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진 않았으나 유럽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들도 상당하다. 사실 북한, 중국전을 치르며 피로누적이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단단히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2015년 일본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래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 싱가포르전 무승부, 최종예선 아랍에미리트(UAE)전 패배 등으로 궁지에 몰린 바 있다. 지난해 호주전을 앞두고는 기자회견장을 박차고 나가는 '사건'이 벌어졌다. 최종예선 막판에는 본선 직행 실패시 할릴호지치 감독이 경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12일 크로아티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기를 마친 뒤 일본을 떠날 것이다. 좋은 제의도 들어왔다'고 밝혔으나 동아시안컵 성적을 바탕으로 본선 전까지 추진력을 얻고자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국전은 그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국에 철저히 무관심했던 일본 언론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일본 유명 축구 칼럼니스트 세르지오 에치고는 13일 사커다이제스트를 통해 '(한-일전에서) 패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만약 만원 관중 앞에서 한국에 패한다면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은 단숨에 식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100% 전력이 아니다. 그런 팀에 패해선 본선에서의 활약도 기대할 수 없다. 본선까지 좋은 흐름을 가져가기 위해선 (한-일전 승리를 통한) 우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할릴재팬도 신태용호 만큼 한-일전에서의 승리를 원하고 있다. 결전지 도쿄의 긴장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