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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포커스]손흥민은 발전했고, 발전하고있으며 발전할 것이다

[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여전히 배고프다." "부족한 점이 많다." "발전하겠다."

손흥민(토트넘)이 인터뷰장에서 쏟아내는 말들이다. 경기 후 인터뷰장에서 그와 마주할 때면 언제나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말한다. 그리고 발전하겠다로 귀결된다. 이같은 모습에 많은 팬들은 '겸손흥민'이라는 새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손흥민은 자신의 말을 지켜나가고 있다. 계속 발전 중이다. 지난 시즌에 비해 그리고 지난 경기에 비해 더욱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나씩 짚어봤다.

▶기복이 줄어들었다.

한 때 손흥민에 대한 평가는 '기복'이었다. 지난 시즌 2016년 리우올림픽을 다녀온 뒤 몸이 좋았다. 5골을 몰아쳤다. 그리고 기나긴 침묵에 빠졌다. 10월과 11월에 단 한골도 넣지 못했다. 12월 4일 스완지시티와의 홈경기에서야 골을 넣었다. 2달 가까이 개점 휴업 상태였다. 손흥민의 기복은 이어졌다. 1월 4골을 넣었다. 다만 하부리그팀인 애스턴빌라(1골), 위컴(2골)과의 FA컵 경기에서 3골을 몰아쳤다. 그리고 다시 침묵에 빠졌다. 3월 13일 밀월과의 FA컵 8강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2월과 3월에 넣은 골은 그것 뿐이었다. 리그에서의 골이 없었다. 4월 들어 몰아치기에 돌입했다. 꾸준함은 손흥민이 풀어야할 숙제였다 .

올 시즌 달라졌다. 기복이 줄어들었다. 9월 13일 도르트문트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1차전에서 멋진 골을 넣었다. 시작이었다 10월에는 리버풀을 상대로 리그 첫 골을 신고했다. 11월부터 꾸준히 골을 넣고 있다. 11월에 2골, 12월에 3골을 넣었다. 벌써 시즌 7번째 골이다. 지난 시즌 7호골은 12월 29일에 나왔다. 지난 시즌보다도 페이스가 빠르다.

▶스리백 돌파구 찾았다

지난 시즌 손흥민에게 스리백은 천적이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이 '스리백'을 들고나오면 손흥민의 자리는 없었다. 포체티노 감독의 스리백은 날개가 필요없다. 윙백이 날개 역할을 한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첼시와의 FA컵 4강전에서 윙백으로 나섰다가 실패한 바 있다.

올 시즌 포체티노 감독은 여전히 스리백을 애용하고 있다. 손흥민도 잘 쓰고 싶었다. 올 시즌 초반에는 윙백으로 쓰기도 했다. 윙과 윙백을 오가게도 했다.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 원정에서는 손흥민 카드를 포기했다.

10월 22일 리버풀전이 변곡점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의 투톱 파트너로 손흥민을 활용했다. 적중했다. 빠른 발과 공간 침투 능력으로 리버풀을 공략했다. 전반 12분 손흥민은 시즌 2호골이자 리그 1호골을 넣었다. 이어 크로스바를 때리는 슈팅도 선보였다. 후반 23분 교체될 때까지 날카로운 움직임과 공간침투를 선보였다.

이후 손흥민은 케인의 짝으로 낙점됐다. 특히 빠른 스프린트는 큰 힘이었다. 스리백에서도 공격수로 자리매김한 손흥민은 자신감을 가졌다. 이를 바탕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팀도 걱정없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13개팀을 상대로 골을 넣었다. 이 가운데 강팀은 맨시티 한 팀 뿐이었다. FA컵에서는 하부리그에 있는 위컴에게 2골, 밀월에게 3골을 넣었다. 나머지는 대부분 EPL 하위권 팀이었다. 강팀에게는 약한 모습이 있었다.

올 시즌은 달라졌다. 시즌 첫 골을 독일의 강팀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넣었다. 시즌 2호골이자 리그 1호골의 상대는 리버풀이었다. 11월 시즌 4호골 상대 역시 도르트문트였다. 그것도 상대의 홈인 지그날이두나파크에서 골을 집어넣었다.

이는 올 시즌 토트넘의 특징과 궤를 같이 한다. 토트넘은 볼점유율이 적은 경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리버풀전의 경우 볼점유율은 39%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4대1로 승리했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홈경기에서도 점유율은 40%였다. 토트넘은 3대1로 승리했다. 수비를 단단히 하고 날카로운 역습이 통했다. 스피드가 좋고 뒷공간 침투가 날카로운 손흥민은 토트넘의 스타일에 녹아들었다.

▶발전

손흥민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여전히 배고프다. 더욱 발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아마도 앞으로도 경기력적으로 만족할만한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손흥민이 바라는 발전은 무엇일까. 우선 판단 능력이다. 스토크시티전이 끝난 뒤 손흥민은 한가지 상황을 설명했다. 전반 24분 역습 상황이었다. 손흥민은 상대 코너킥이 흐르자 볼을 낚아챘다. 그리고 최전방으로 쇄도했다. 왼쪽과 뒤쪽에 동료 선수들이 있었다. 손흥민이 그대로 슈팅했다. 버틀란드 골키퍼가 간신히 막아냈다. 손흥민은 "그 장면에서 패스했다면 더 좋은 찬스를 만들 수 있었다. 아직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무리 능력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내곤 한다. 그는 골을 넣을 때마다 "찬스가 많았음에도 1골밖에 넣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슈팅을 더 많이 성공시키고 싶어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프리킥골이다. 손흥민은 아포엘전 후반 13분 직접 프리킥을 찼다. 토트넘에 온 뒤 처음으로 직접 프리킥을 맡았다.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긍정적인 장면이었다. 손흥민의 위상이 커졌음을 보여줬다.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곧잘 프리킥을 처리하곤 한다. 무회전 슈팅이 좋다. 손흥민은 "프리킥 연습을 많이 한다. 좋은 무기가 되도록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손흥민이 말하는 발전의 롤모델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다. 현재 손흥민은 호날두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윙으로 시작해 최전방 스트라이커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 프리킥까지도 다듬고 있다.

항상 배고픈 마음으로 계속 훈련하고 매진한다면 그 롤모델에 근접하는 날도 분명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