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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를 당황케 한 야구꿈나무의 송곳 질문

"후반기에는 왜 그렇게 못했어요?"

아무리 리그를 호령하던 강타자라도 난처한 상황에 빠지면 진땀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 올해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한 KIA 타이거즈 4번 타자 최형우가 그랬다. 어린 야구 유망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려다가 날카로운 질문에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최형우는 지난 10일 모교인 전주 진북초등학교에서 '최형우 베이스볼 캠프'를 개최했다. 올해 초 최형우가 양준혁야구재단에 기부한 2억원의 기금으로 마련된 행사였다. 그는 원래 3~4년 전부터 비시즌 때면 모교인 진북초등학교를 찾아 어린 후배들에게 장비를 후원하고 야구 레슨을 해왔다. 어린 시절 함께 야구를 하며 자랐던 SK 와이번스 박정권 등 몇몇 친한 동료들이 최형우와 함께 했다. 최형우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이 아니라 그 동안은 거의 몰래 해오다시피 했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양준혁 선배님 덕분에 이렇게 큰 행사로 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일 코치들은 조를 나누어 야구 꿈나무들을 지도했는데, 최형우는 타격 담당이었다. 실내 연습장에서 직접 시범도 보이고 어린 선수들의 폼을 하나하나 잡아줬다. 연습 뒤엔 자유롭게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어린 꿈나무들의 질문이 여간 날카로운 게 아니었다. 때로는 천진난만했고, 때로는 익살맞았다. 가끔은 야구 이론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최형우는 진땀을 흘렸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나지완 선수하고 달리기 시합하면 누가 이겨요?", "홈런 40개 칠 수 있나요?", "내년 시즌 목표는 뭐에요?" 등등. 심지어는 "전재산이 얼마에요?", "어떻게 하면 아저씨처럼 몸이 커지나요"와 같은 질문도 있었다. 최형우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선 재치있게 즉답을 내놨다. "당연히 내가 이기죠", "일단 홈런은 30개가 목표에요", "전재산? 음…일단 지금 주머니엔 만원?", "반찬 투정하지 말고 잘 먹어야해요"같은 식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최형우의 말문을 순간적으로 막아버린 질문도 있었다. 바로 "왜 올해 후반에 그렇게 못했어요?"였다. 최형우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농담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잠시 생각을 고른 최형우는 "역시 체력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집중이 잘 안돼 타격이 나빴다고 생각해요. 내년에는 체력을 더 보강해서 올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게요"라고 진지하게 답했다. 그리고 서둘러 "자 이제 질문은 그만. 연습해야지 연습!"이라며 질문 부대를 해산시켰다. 훈련보다 질문이 더 힘들다는 표정을 지은 채.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