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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왜 니퍼트 대신 린드블럼을 택했을까

두산 베어스가 더스틴 니퍼트(36)가 아닌, 조쉬 린드블럼(30)을 택했다. 약 한달 사이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 10일 새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를 영입한 두산은 11일 린드블럼과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스위치 타자 지미 파레디스에 이어 후랭코프와 린드블럼까지, 외국인 선수 3명을 전면 교체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결국 니퍼트와는 결별이다. 니퍼트는 지난 2011년부터 두산에서 7시즌을 뛰었다. 역대 최장수 외국인 선수다. 한 시즌을 마치기도 버거운 외국인 선수들의 가혹한 운명을 감안하면, 니퍼트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했다. 니퍼트도 "두산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공식 석상에서 밝힐 정도로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두산이 지난달 보류 선수 명단에서 니퍼트를 제외하면서 이상 기류가 외부에 알려졌다. 두산은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해도 니퍼트와 계속해서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린드블럼의 등장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린드블럼이 롯데 자이언츠와 재계약 대신 시장에 나왔고, 두산이 경쟁팀들을 제치고 계약에 성공했다.

결국 관건은 몸값이었다. 니퍼트의 올 시즌 연봉은 210만달러(약 23억원)였다. 지난 겨울에도 연봉을 두고 진통이 있었지만, 22승을 거둔 니퍼트에게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 연봉 타이틀을 안긴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1년 사이 그의 입지가 달라졌다. 올 시즌 니퍼트의 성적은 14승8패 평균자책점 4.06. 숫자만 놓고 보면 결코 뒤처지는 결과가 아니지만, 타자를 압도하는 위력이 이전보다 떨어진 것은 냉정하지만 사실이다. 니퍼트는 1981년생으로 내년이면 37세가 된다. 야구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락세가 눈에 보이고, 나이 때문에 모든 것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높은 그의 몸값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니퍼트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 팬 여론 등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냉정한 프로 세계에서 몸값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린드블럼이 더 매력적이다. 두산이 발표한 린드블럼의 2018시즌 연봉 총액은 145만달러(약 16억원)다. 타팀들과 경쟁이 붙으면서 몸값이 상승했는데, 검증된 외국인 선발 투수이기에 지나친 금액이라고 보긴 어렵다. 니퍼트와 재계약을 한다고 해도 최소 150만달러(약 16억3000만원) 전후를 줘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납득이 된다.

두산은 홀가분하게 외국인 선수 영입을 마쳤다. 니퍼트의 행선지는 불명확하다. 니퍼트가 다른 팀으로 이적할 확률은 현재까지 높지 않아 보인다. 다수 구단이 외국인 선수 영입을 모두 마쳤거나, 유력 후보와 최종 협상 중이다. 선택지 자체가 많지 않다. 또 두산과 비슷한 이유로 영입을 망설일 가능성이 높다.

니퍼트는 KBO리그 잔류를 희망하며 에이전트를 통해 타팀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니퍼트를 다음 시즌에도 KBO리그에서 볼 수 있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