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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흑기사'김래원vs'로봇'유승호, 결정못한 당신을 위한 매력분석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지상파 수목극 새 판이 벌어졌다.

6일 KBS2는 '매드독'을 종영하고 신세경 김래원 주연의 '흑기사'를, MBC는 '병원선' 이후 오랜 휴식기를 거쳐 유승호 채수빈 주연의 '로봇이 아니야'를 각각 출격시켰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작품 모두 수목극 왕좌를 꿰차는데 실패했다. 6일 방송된 SBS '이판사판'은 6.6%, 7.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흑기사'는 6.9%, '로봇이 아니야'는 4.7%, 4.5%의 시청률을 보였다. 후발주자 핸디캡을 극복하지 못한 것. 다만 두 작품이 김래원과 유승호라는 매력적인 남자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탓에 아직 어떤 작품을 골라야 할지 갈등하는 팬들이 보인다. 세 작품의 시청률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보류한 표가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얼마든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 이에 '흑기사'와 '로봇이 아니야'의 매력을 분석해봤다.

▶ '흑기사' : (+) 판타지 멜로 장인 김래원, (-) 아직은 복잡난잡한 스토리

'흑기사'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위험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정파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방송 전에도, 공개 이후에도 역시 '멜로 장인' 김래원이다.

6일 첫 방송된 '흑기사'에서는 문수호(김래원)와 정해라(신세경)의 만남이 그려졌다. 문수호는 크리스마스마다 슬로베니아의 고성에서 첫사랑 정해라를 기다렸다. 하지만 정해라는 부모님 사망 뒤 험난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오너의 갑질, 이모의 금전 사고, 남자친구의 사기까지 삼중고에 시달리며 눈물을 쏟던 정해라는 인생을 바꾸자는 샤론(서지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드디어 행운이 찾아왔다. 난생 처음 해외 출장을 나가 포토그래퍼를 마크하게 됐다. 그렇게 정해라와 문수호는 운명처럼 재회했다.

첫 방송부터 '흑기사'는 대놓고 '신데렐라 스토리'임을 예고했다. 지겹도록 뻔한 스토리이지만 그래도 김래원의 매력은 빛났다. 김래원은 많지 않은 대사에도 처연한 감성 연기로 극을 이끌었다. 전매특허인 우수에 젖은 눈빛은 문수호의 순애보를 생생하게 안방극장에 전달하며 앞으로 펼쳐질 멜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판타지 적인 요소가 가미돼 흥미를 높였다. 수백년을 산 묘령의 여인 샤론의 존재는 미스터리를 가미했다. 전생과 현생이 오버랩되는 전개는 올 상반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와도 닮은꼴이라 호기심을 자극했다.유럽 고성을 배경으로 한 압도적인 영상미 또한 극의 판타지적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플러스 요소였다.

다만 복잡하게 꼬인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숙제로 남았다. 한때 드라마의 성패를 가르는 회차가 4회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 시청자들은 4회까지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그만큼 작품을 판가름 하는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1,2회에서 중심 메시지와 매력 포인트를 확실하게 어필하는 게 중요해졌다. 그러나 '흑기사'는 아직 김래원과 신세경의 러브라인 외에 무엇을 얘기하려 하는지, 이 드라마를 봐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중심 스토리는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한 분위기다. 또 전생과 현생이 오버랩되는 전개는 시청자 상상력을 자극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치밀한 개연성이 뒷받침 되지 못하면 산만한 느낌만을 남긴다는 핸디캡도 있다.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흑기사'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 '로봇이 아니야' : (+) 병맛 로코 우리 승호 하고픈 거 다 해, (-) 참을 수 없는 유치함

'로봇이 아니야'는 인간 알러지 때문에 제대로 여자를 사귀어 본 적 없는 남자가 로봇을 연기하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다. 이 작품은 방송 전부터 유승호의 첫 로코 도전으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6일 첫 방송된 '로봇이 아니야'에서는 조지아(채수빈)가 로봇 아지3가 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홍백균(엄기준) 박사는 인간 알러지가 있는 김민규(유승호)에게 로봇 아지3를 소개했다. 김민규는 아지3의 정체를 의심했지만 그가 진짜 안드로이드 로봇이라는 걸 알고 마음을 놨다. 그리고 홍백균에게 아지3를 자신의 집으로 보내라며 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홍백균은 갑자기 당겨진 일정에 당황했다. 그는 조지아를 찾아가 아지3 연기를 해달라고 제안했고, 조지아는 1000만 원을 받기 위해 거래를 수락했다.

영화 '집으로' 이후 단 한번도 대중을 실망시킨 적 없던 유승호는 '로봇이 아니야'를 통해서도 합격점을 받아냈다. 그는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어 고립된 삶을 사는 김민규의 외롭고 고독한 일상을 짠하게 그려내며 이모팬들의 모성애를 자극했다. 그러면서도 난생 처음 도전하는 코미디를 놓치지 않았다. 인간 알러지라는 병을 믿지 못하는 박사 앞에서 직접 발진을 일으키며 병세를 입증하고, 그로 인해 군 면제를 받고, 조지아와의 접촉에 두려움에 떨며 소동을 일으키고, 아지3의 정체를 의심하다 이내 관심을 보이는 일련의 과정을 능청스럽게 그려내며 웃음을 안겼다. '리멤버-아들의 전쟁' '군주-가면의 주인' 등 주로 어둡고 무거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유승호에게서 나올 줄 몰랐던 코미디는 무척 신선했다. 인간과 로봇인 척 하는 인간의 로맨스라는 소재 또한 기존의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것이라 호기심을 자극했다. 전반적으로 통통 튀는 분위기는 특수한 러브라인을 살려내는 요소로 작용했고, 시청자는 신종 병맛 로코에 흥미를 보였다.

다만 극 전반에 묻어나는 유치함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이미 전 여자친구를 모델로 한 로봇을 만든다는 설정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만만치 않다. 또 자신을 모델로 한 로봇을 발견했을 때 보통은 충격과 공포에 휘말리기 마련인데, 그것을 넘은 호기심을 보이는 여주인공의 반응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미흡한 부연설명을 지금은 유승호 채수빈 엄기준 등 배우들의 열연이 커버했지만, 이러한 현실성 없는 전개가 반복된다면 아무리 병맛 로코물이라도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완성도 높은 CG와 인물간의 관계에 대한 서사가 확실하게 깔린 만큼, 앞으로 인간과 로봇의 로맨스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해 볼 만 하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