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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 기자의 제철 미식기행= 제주 꿩요리

한 해를 마감하는 즈음이다. 어디를 여행하면 좋을까. 초겨울이라지만 추위가 매섭다. 이럴땐 좀 따뜻한 곳을 찾으면 낫겠다. 차가울수록 더 선명해지는 바닷빛깔과 붉은 낙조, 한라의 설경이 어우러진 제주도가 안성맞춤이다.

이즈음 제주도를 찾으면 맛난 별미거리가 즐비하다. 쫄깃 고소한 꿩고기와 부드러운 방어, 삼치회가 제철이고, 뜨끈한 몸국이며 고기국수도 겨울 추위를 녹이기에 그만이다.

초겨울 제주도의 또 다른 별미는 '꿩요리'다. 제주도에는 꿩이 유독 많이 서식해 토박이 미식가들이 연중 별미거리로 삼고 있다. 꿩은 겨울을 나기위해 살을 찌운 요즘이 제일 맛있다. 꿩요리는 샤브샤브, 다리 구이, 만두, 튀김, 메밀칼국수 등 다양한 메뉴로 맛볼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추위에는 뜨끈한 국물을 맛볼 수 있는 꿩샤브샤브도 괜찮다.

꿩샤브샤브는 펄펄 끓는 육수에 무, 미나리, 배추 등 야채를 넣고, 얇게 포를 뜬 꿩고기를 살짝 데쳐 먹는데, 야들야들 부드러운 그 맛이 일품이다. 꿩은 닭이나 오리와는 달리 기름기가 적다. 따라서 담백한 육질에 국물 맛도 느끼하기 보다는 시원한 편이다. 꿩대신 닭이라고 그 맛이 뭐가 그리 다르겠는가 싶겠지만, 꿩고기국물 맛을 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가 있다. 꿩 육수는 닭국물처럼 고소함은 적지만 그만큼 깔끔하다. 꿩고기 전문 요리사들은 꿩고기 국물이 겨울철 감기예방에도 좋고, 특히 고기는 다이어트에 그만이라고 자랑이다.

꿩은 몸집이 작아 1마리에 대략 2인분(240g)정도의 고기를 얻을 수 있는데, 다리와 가슴살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중 꿩다리구이는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꿩다리 살에 다진 마늘을 듬뿍 넣고 버무려 불판에 궈워먹는 맛이 담백 고소하다. 특히 꿩고기는 지방이 적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렇다고 급하게 먹어서는 안된다. 통통한 다리 속살에 박혀 있는 잔뼈들을 잘 발려 먹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제주토박이들이 꿩요리로 즐겨 먹는 게 또 있다. 꿩메밀칼국수다. 제주 사람들은 제주 섬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사용해 소박한 미식거리를 챙겼는데, 그 중 꿩메밀칼국수가 으뜸이다. 꿩육수에 메밀칼국수를 넣고 걸쭉 담백하게 끓여 내는데, 구수한 국물맛이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꿩메밀칼국수의 맛을 내는 기본은 육수에 있다. 우선 꿩을 통째로 삶아 고기를 건져 낸 후 살은 발려 메밀국수 웃기로 사용한다. 뼈를 다시 고기 삶은 물에 넣고 은근한 불로 장시간 우려내면 비로소 시원 구수한 육수가 만들어진다.

제주에서도 옛날 어머니 손맛을 재현해내는 꿩메밀칼국수집이 있다.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초입에 자리한 40년 전통의 허름한 식당이 그곳으로, 옛맛을 아는 제주의 어른들만 찾는 집이다. 메밀면도 옛방식 그대로다. 메밀은 본래 점성이 적어 면을 뽑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집은 100% 순메밀가루만을 쓴다. 때문에 가벼운 젓가락질에도 면이 툭툭 끊긴다. 젓가락보다 숟가락으로 떠 먹는 게 더 편할 정도다.

꿩메밀칼국수는 제법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반죽을 얇게 밀어 가지런하게 썬 다음 팔팔 끓는 육수에 메밀면, 무채, 삶아 찢어 둔 꿩고기를 넣고 끓인다. 이후 소금을 넣고 간을 맞춘 다음 그릇에 담아 깻가루, 김가루와 잔파를 얹으면 맛있는 꿩메밀칼국수가 차려진다.

한편 제주도에는 곳곳에 꿩요리 전문점이 성업중이다. 특히 꿩사냥에 미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도 자리하고 있어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도 즐겨 찾는다. 제주를 여행하자면 여러 끼니 별식을 찾아야 한다. 이럴땐 꿩요리도 좋은 대안이 된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