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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 기자의 제철미식기행= 몸국

제주의 겨울은 여행지로 더 매력 있다. 한라산이 이고 있는 흰 눈이며 초록의 숲, 그리고 파란 겨울바다가 어우러져 이국적이고도 싱그러운 풍광을 자아낸다. 겨울 제주에는 싱싱한 해산물 등 먹을거리도 넘쳐난다. 흔히들 제주의 별미로 갈치, 고등어, 흑돼지 등을 꼽지만, 이맘때는 대방어와 삼치회가 맛나다. 산지에서 맛보는 때문인지 그 맛이 더 고소하고 각별하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시즌, 제주 토박이들은 어떤 음식으로 몸을 덥혔을까? 제주 사람들은 뜨끈한 국물이 그리워질 때면 토속 별미 '몸국'을 즐겨 먹는다.

몸국은 돼지를 삶은 국물에 모자반을 넣고 끓이는데, 제주 토박이들의 잔치음식으로 더 유명하다. 구수한 국물의 깊은 맛이 느껴지는 별미이다.

제주토박이들에게 몸국은 각별한 의미를 지녔다. '나눔'의 정서를 담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시절, 고깃국물 한 번 변변히 먹지 못하던 때 잔칫집 혹은 상갓집에서 돼지를 삶아낸 육수에 모자반을 넣고 끓여 한 대접씩 비우던 몸국은 그야말로 최고의 특식이었다.

한 시인은 제주 명물 몸국을 이렇게 예찬했다.

'모자반이라는 멀쩡한 이름을 놔두고 왜 몸이라 하는지/

사람 먹는 음식에 하필이면 몸국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먹어보면 절로 알아진다는데요'

몸국은 건강식이기도 하다. 모자반이 혈관확장에 효험이 있어 뇌졸중 등 성인병예방에도 좋을 뿐더러. 여성들에게는 주름 개선 등 미용에도 효과가 있다는 게 제주 향토 요리연구가들의 설명이다.

구수한 몸국 한 그릇이면 몸보신을 한 느낌이 들 정도로 든든하다. 하지만 외지인들의 경우 간혹 이 같은 기름진 느낌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건강과 외지인들의 입맛을 고려해 나름대로 현대식으로 개량을 한 몸국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맛과 식감이 좀 다르다. 여느 몸국이 고소하면서도 느끼하고 걸쭉한 반면, 이것은 시원하고 매콤 깔끔하다. 특히 아삭아삭 씹히는 모자반의 식감이 좋다. 때문에 아침 해장국으로도 인기다.

대표적인 곳이 제주시 용담동 용연구름다리 인근 식당인데, 깔끔한 육수에 초점을 맞춰 국을 끓인다. 외지인들이 제주 전통 몸국의 느끼함을 덜기 위해 듬뿍 넣던 돼지고기를 빼고 아예 깔끔한 국물을 선보인다. 대신 싱싱한 모자반을 넣고 끓여 모자반의 식감을 느낄 수가 있다. 모자반은 깊은 수심에서 자란 추자도산 모자반을 쓴다. 깊은 바다에서 채취한 모자반이 특유의 톡톡 터지는 식감이 좋기 때문이다.

깔끔한 육수를 얻기 위해 돼지 사골을 스무 시간 이상 푹 고아 국물을 낸다. 여기에 구아바 잎을 넣는 것도 특징인데, 구아바 잎이 기름기와 잡냄새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 토종 몸국은 국물에 메밀가루를 풀어 걸쭉하게 끓이지만 이 집은 수제비 반죽을 별미로 떼어 넣어 국을 끓인다.

특히 몸국은 주문 후 일일이 새로 끓여 준다. 미리 끓여 놓으면 모자반이 흐물흐물해져 식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준비한 육수에 모자반, 수제비, 다진 마늘, 다짐양념을 넣고 1분 여 한소끔 끓인 후, 여기에 다진 파와 청양고추를 웃기로 얹으면 칼칼 구수한 현대식 몸국이 만들어진다. 김형우 문화관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