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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의 동경통신] 국가대표의 부담감. 잠들지 못한 코칭스태프

태극마크라는 것이 이렇게 무겁다.

선동열 감독을 비롯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14일 하네다국제공항을 통해 일본 도쿄에 입성했다. 16일부터 열리는 APBC 대회 참가를 위한 진짜 실전이 시작된 셈이다.

지난 4일 처음으로 소집된 선수들은 서울에서 합숙 훈련을 해왔다. 그리고 국내에서 예정됐던 모든 스케줄을 마치고 14일 새벽 일찍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동이 트기도 전에 숙소가 있는 독산동을 출발한 대표팀은 오전 7시 40분경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모인 대표팀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피곤한 얼굴이었다. 선수들은 도쿄에 도착한 이후 숙소에 짐을 풀면, 오후에 특별한 스케줄이 없기도 하고, 완전한 휴식이 보장된만큼 설레는 마음 반, 떨리는 마음 반으로 밤을 샜다. 친한 선수들끼리 삼삼오오 숙소방에 모여 이야기하느라 잠을 거의 못자고 공항에 왔다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느끼는 피로의 근원(?)은 달랐다. 선동열 감독은 '어제 잠은 잘 주무셨냐'는 질문에 웃으며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샌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특별한 추가 설명 없이 허허 웃었지만 충분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머지 코치들도 대부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새벽 시간에 짐을 꾸려 공항으로 떠나야하는 스케줄도 원인이었겠지만, 가장 큰 불면의 이유는 역시 국가대표가 주는 중압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 이번 APBC는 규모가 작은 대회다. 한국, 일본, 대만만 참가하는 이벤트성 성격이 짙고, 올해 처음 열리기 때문에 아직 제대로 모든 틀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 특히 만 24세 이하, 프로 3년차 이하라는 대표팀 선발 제한이 있기 때문에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총출동한 대회도 아니다.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이제 갓 이름을 알리고, 눈도장을 찍은 선수들이 대다수다.

비록 APBC도 3개팀 중 상위 2개팀이 올라가 결승전을 치르고, 최종 우승팀이 가려지기 때문에 성적에 아예 연연하지 않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국가대표들이 출전한 대회이기 때문에, 우승을 차지했을 경우 팬들의 기쁨 역시 웬만한 큰 국제 대회 못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대회의 규모와 관계 없이 한국 대표팀 나름대로 의미있는 첫 출발선이기도 하다. 대표팀은 그동안 국제 대회가 있을 때마다 사령탑을 임명하며 체제를 꾸려왔다. 최근에는 김인식 감독이 주로 맡았지만, 전년도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다음해 국제 대회 대표팀을 맡는 룰도 있었다.

하지만 KBO도 국가대표 전담팀이 필요하다는 갈증이 폭발했고, 선동열 감독이 전담 체제의 첫 발을 떼는 역할을 맡았다. 대표팀 전임 사령탑이 임명되면서, 선수 관리나 트레이닝, 팀 구성에 있어서도 이전보다 수월해졌다. 여러모로 새로운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시작인 셈이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합숙 훈련 기간도 짧았고, 시즌 종료 후 한달 이상 지나고나서 치르는 대회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2경기, 최대 3경기를 치르는 초단기전이라 실수를 만회할 기회도 없다. 코치들이 출국을 앞두고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이유다.

대표팀은 16일 첫 경기로 막을 연다. 상대는 가장 부담스러운 '숙적' 일본이다. 전력이 강해 이기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된만큼 최소 잘 싸우는 경기를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태극마크가 더더욱 무겁고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도쿄=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