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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15년째 재발견'…'마녀', 배우 정려원의 가치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월화극 '마녀의 법정'을 이끄는 정려원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출세 고속도로 위 무한 직진 중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강제 유턴 당한 에이스 독종마녀 검사 마이듬과 의사 가운 대신 법복을 선택한 본투비 훈남 초임 검사 여진욱이 여성아동범죄전담부에서 앙숙 콤비로 수사를 펼치며 추악한 현실 범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법정 추리 수사극이다. 정려원은 극중 마이듬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마이듬은 이제까지 우리가 흔히 봐왔던 한국 드라마 속 여주인공과는 맥을 달리한다. 감정보다는 이성에 충실하고 도덕적인 가치관보다는 본인의 이득을 따지는 속물근성도 갖췄다.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몫을 쟁취하고 불합리한 일에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14일 방송에서도 마찬가지. 이날 방송에서 마이듬은 술에 취해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 성추행 가해자로 몰렸다. 그러나 대리운전기사가 지갑을 훔치려다 걸려 마이듬을 성추행으로 신고한 사실이 밝혀지며 마이듬은 누명을 벗었다.

이후 마이듬은 집으로 돌아가다 우연히 경찰서에서 마주친 파티셰 이상현의 성폭행 사건 변호를 맡게 됐다. 피해자인 포토그래퍼 양유진(손담비) 측에는 여진욱(윤현민)이 섰다. 마이듬은 양유진을 '꽃뱀'으로 몰며 재판에서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자축 파티 겸 레스토랑에 갔다가 우연히 이상현의 통화 내용을 엿듣고 그가 술에 약물을 타 여자의 정신을 잃게한 뒤 성폭행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이상현이 자신에게 수임료 사기를 칠 거라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분노한 마이듬은 일부러 SNS에 '이상한 만년필'이라며 이상현이 뒷 배경에 찍힌 사진을 올려 여진욱에게 힌트를 남겼다. 또 법정에서도 이상현이 약물로 쓰는 만년필의 정체를 폭로하며 악행을 잡아냈다. 그리고 변호사를 기만한 죄를 물으며 "이 시간부로 변호사를 사임합니다. 너 이제 끝이야. 내가 뒤통수치지 말랬지"라고 일갈했다.

일반적으로 극이 중반정도 진행되면 속물 근성에 젖었던 주인공도 사회 정의 실현을 외치는 히어로로 변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마이듬은 여전히 사회 정의 실현보다는 수임료 사기에 분노해 범행을 잡아내는, 속물이다. 그럼에도 마이듬의 속물 근성이 오히려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건 그가 무능력한 주인공이 아니라 직접 사건 해결을 위해 발로 뛰며 치밀한 계산으로 반전의 기회를 잡는 유능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직업과 능력에 대한 프라이드로 똘똘 뭉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길 원하는 마이듬의 행동도 납득이 된다.

무엇보다 마이듬을 연기하는 정려원의 표현력이 일품이다. 정려원은 까칠하고 도도하며 자신감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쳤지만, 한편으로는 허당기와 푼수기를 간직한 마이듬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어머니와 관련한 처참한 진실에 무너지고 분노하는 디테일한 감성 연기로 시청자의 공감과 연민을 자아내기도 한다.

시원시원하게 자신의 길을 닦아 나가는 마이듬의 모습에 시청자는 '사이다 여주인공'이라며 만족하고, 정려원의 연기에도 '인생연기' '정려원의 재발견'이라는 등 찬사를 보내고 있다. '안녕, 프란체스카'의 공주병 푼수 엘리자베스, '내 이름은 김산순'의 청순 첫사랑 유희진, '샐러리맨 초한지'의 도도한 백여치 등 정려원은 작품마다 화끈한 연기 변신으로 시청자의 인정을 받아왔다. '정려원에게 이런 얼굴도 있었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캐릭터에 따라 달라지는 정려원의 얼굴은 그의 연기와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때문에 2002년 KBS '색소폰과 찹쌀떡'으로 연기를 시작한뒤 15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정려원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 배우로서 언제나 신선한 충격을 안길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재능이다.

마이듬이 정려원이고 정려원이 마이듬인 듯 차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그가 '마녀의 법정' 2라운드에서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