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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사온' 사이다였던 서현진, 어쩌다 밉상여주가 됐을까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왜 SBS 월화극 '사랑의 온도'는 서현진을 '밉상'으로 만들까.

'사랑의 온도'는 온라인 채팅으로 시작해 현실에서 만나게 된 드라마 작가 지망생 '제인'과 프렌치 쉐프를 꿈꾸는 '착한 스프' 그리고 다양한 주변 인물들을 통해 피상적인 관계에 길들여져 있는 청춘들의 사랑과 관계를 그린 드라마다. 서현진은 극중 작가 지만생 이현수 역을 맡았다.

방송 초반까지만 해도 이현수는 분명 사이다 여주인공이었다. 불합리한 PD의 제안이나 작가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을 지켰으며, 5년 전 사소한 오해로 떠나보낸 온정선(양세종)과 재회하자 "사랑한다"며 그를 붙잡는 용기를 보여줬다. 일과 사랑 앞에 항상 당당하고 솔직한 이현수 캐릭터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왔고, 서현진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이 더해져 '사랑의 온도'는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이현수는 달라졌다. 온정선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박정우(김재욱)의 저돌적인 대시가 이어지며 두 남자 사이에서 흔들리는 흔한 여주인공이 되어버렸다. 14일 방송에서도 마찬가지. 이날 방송에서 이현수의 모친 박미나(정애리)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온정선은 사윗감으로 인정받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이현수는 "자기랑 얘기하려 하면 눈치보게 된다. 같이 살자는 거 거절당한 그때부터. 불안했다. 노력했다. 계속 시도했다. 그런데 계속 벽이 느껴진다"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이현수의 '착한스프'가 드라마화 된다는 소식에 온정선이 축하를 건넸을 때도 마찬가지. 온정선은 냉랭한 이현수의 태도에 굴욕적인 가족사를 털어놓으며 자신도 노력하고 있음을 어필했지만 이현수는 "사랑하는데 더 쓸쓸하고 외롭다. 자기가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애인으로서 기능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며 몰아붙였다.

방송 말미 예고편에서도 이현수는 온정선을 밀어냈다. 반지를 건네며 "같이 살자"고 프러포즈하는 온정선에게 "자신없다"고 답했고,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에도 싸늘한 태도로 대했다. 결국 온정선은 이현수의 집앞에서 그를 기다렸지만 박정우와 함께 집에 들어가는 이현수를 보고 좌절했다.

물론 이현수와 온정선의 갈등은 현실적이다. 사랑만 받고 자란 사람과 어두운 가족사를 간직한 사람이 사랑하는 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또 이현수는 금방 타올랐다 식어버리는 직선적인 연애 타입인 반면, 온정선은 서서히 마음을 열고 감정의 온도를 올리는 우회적인 성향을 보이는 탓에 온도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이현수 입장에서는 온정선이 자신을 믿고 기대기를 바라지만, 생각만큼 다가와주지 않는 그를 보며 외로움과 섭섭함을 느낄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현수의 태도다. 이현수가 느끼는 섭섭함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필요에 따라 온정선과 박정우 사이를 오가는 그의 모습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또 아무리 사람은 자기 식대로 사랑하는 법이라고 하지만, 온정선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없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강요하기만 하는 모습에 '이기적이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자기중심적인 이현수의 사랑법에 온정선과 이현수의 감정선은 계속 엇갈리고, 반복되는 싸움에 시청자도 지쳐가는 분위기다.

돌직구로 사랑과 이별을 받아들이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 보다는 홀로 일어나 보려 애썼던 사이다 여주인공 이현수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