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1 일일극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임수향에게 있어 일종의 도전이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지구대를 배경으로 경찰 계급 조직 중 가장 '을'인 순경 무궁화가 다양한 '갑'들에게 한 방을 날리는 통쾌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임수향은 극중 무궁화 역을 맡아 열연했다. 무궁화는 복싱선수 출신의 참수리 파출소 순경이다. 남편이 결혼하자마자 음주운전 사건에 휘말려 세상을 떠난 뒤 하나뿐인 딸 봉우리를 홀로 키우며 살아왔다. 그러다 차태진(도지한)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골인하게 되는 인물이다.
무궁화는 준비해야 할 게 유난히 많은 캐릭터였다. 남편의 사망부터 싱글맘으로서의 고충, 새롭게 찾아온 사랑에 대한 갈등 등 만만치 않은 감정선을 풀어내야 했고 캐릭터 설정 상 복싱부터 유도까지 고난도 운동신도 소화해야 했다. 아직 미혼인 20대 여배우가 이런 감정 연기와 액션 연기를 동시에 풀어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사실 싱글맘 설정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신기생뎐' 때도 아이 돌잔치를 했고 유산과 출산 신도 몇 번 찍어봤다. 나는 배우로서 캐릭터로 접근해야지 가리기 시작하고 경계를 두면 나중에 나이가 들수록 작품 고르기가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 또 오히려 아이와 함께 작업하는 게 더 좋다. 아이와 함께 하며 나오는 모성에 주시청층인 여성분들이 쉽게 공감해주시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웃음과 감동을 줘야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감정 연기보다는 몸을 쓰는 연기에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이미 '아이리스2'나 '감격시대-투신의 탄생' 등을 통해 시원시원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긴 했지만 아직도 액션은 어렵다고.
"나는 몸에 근육이 없는 편이다. 그래서 액션을 하면 흐느적 거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서 최대한 눈빛과 호흡에 집중하려 한다. 그런데 특히 복싱은 다른 액션신과 다르게 부담이 좀더 되더라. 선수 출신이라는 설정이니까 잘하고 싶은 마음이 물론 컸다. 그래서 따로 복싱을 배웠는데 스파링이 너무 무서웠다. 액션신을 찍을 땐 때리는 것만 연습하는데 실제로 맞으려고 하니까 가드를 하고 있는데도 무섭더라. 유도 신도 있었다. 그래서 많이 다치기도 했다. 다리도 다치고 그랬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좀더 연습해서 멋진 모습을 보여드렸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크다."
도지한과의 멜로 또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사실 무궁화와 차태진은 순탄치 않은 관계였다. 서로 사랑하는 관계였지만 이별의 위기를 몇 번이나 맞았고, 진도현(이창욱) 때문에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에 시청자도 무궁화와 차태진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좀더 많이 보고싶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태진이랑 멜로적인 부분이 조금 아쉽긴 하다. 아무래도 가족극이고 풀어야 하는 얘기가 많다 보니 멜로가 좀 늦게 시작됐다. 조금 더 일찍 시작해서 알콩달콩한 모습을 좀더 보여 드렸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 미니에서 한번 만나자는 얘기도 했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전에 벌써 KBS2 '아이가 다섯'과 MBC '불어라 미풍아' 등 호흡이 긴 주말극을 두 편이나 연달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에서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나 임수향은 끝까지 정신력으로 120부작을 끌어갔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시청률 20%대를 돌파하며 인기리에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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