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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ACL 좌절, '말바꾸기'가 자초한 결과물이다

'용두사미'였다.

강원FC의 '아시아 진출'이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챌린지(2부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4년 만에 클래식으로 복귀한 강원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목표로 내걸고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다. 과감한 투자로 알짜배기 선수들을 끌어 모으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선수단 뿐만 아니라 축구계 전체가 강원을 응원했다. 하지만 스스로 자멸의 길을 택하면서 꿈은 물건너 갔다.

'사령탑 장기 부재'가 치명타였다. 최윤겸 전 감독이 지난 8월 13일 성적부진을 이유로 '자진사퇴'한 뒤 대안을 찾지 못했다. 프로에선 성적 만이 '펙트'다. 강원은 올 시즌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최 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을 시기엔 6위에 머물렀다. ACL 출전권 확보를 위한 마지노선인 6위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이 컸다. 최 전 감독이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까진 이해할만 했다. 박효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직을 맡는 과정까진 통상적인 과정이었다.

그런데 공백이 길어지자 엉뚱한 방향을 향했다. 조태룡 강원 대표이사는 최 전 감독이 물러난 직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1~2주 내에 새 감독을 모셔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주가 흐른 뒤에는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몇 분을 만나 의견을 나눠봤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서 "선임을 마칠 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좋은 분을 모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강원이 스플릿 그룹A에 진출한 10월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물밑에선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이 꾸준히 이뤄졌다. 축구계 관계자는 "22일 전북전을 앞두고는 한 대학 지도자에게 '당장 팀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했으나 지도자의 고사로 선임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침묵을 이어오던 조 대표는 지난 20일 "남은 스플릿 경기를 보고 나서 (새 감독을) 결정하려고 한다"며 사실상 시즌 내 감독 선임이 무산됐음을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두 달 가까이 대행 신분으로 팀을 이끌어 온 박효진 수석코치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최 전 감독이 물러난 뒤 지휘봉을 물려 받았지만 기약이 없었다. 팀을 변화시킬 색깔을 입히고 싶어도 '말바꾸기'와 차기 사령탑 선임 움직임 속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다. 정조국 이근호 등 고참들이 박 대행의 무거운 짐을 덜기 위해 나섰지만 리더십 만으로 경쟁력을 발휘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꼴찌 광주FC가 남기일 전 감독의 사퇴 뒤 김학범 감독과 빠르게 접촉해 사령탑 공백을 메우고 최근 연승으로 반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부분과는 대조적이다.

앞날은 불투명하다. 강원은 지난 두 달간 대부분의 국내 지도자들과 접촉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시즌 뒤 감독 선임이 이뤄진다 해도 새 체제에 적응하다보면 시즌이 시작되는 시기가 다가온다. 문창진이 최근 팀을 떠나면서 시작된 선수 이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다음 시즌에도 강원이 ACL행이라는 목표를 전면에 자신있게 내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